미국 상원을 주도하는 공화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와 코로나19에 대처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할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이 의회 차원에서 이를 입증하겠다고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현재까지 최대 인명피해국인 미국이 중국과 WHO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인 공화당 론 존슨 의원은 13일(현지시간) 상원의 주요 감독 위원회들이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원 및 대응과 관련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의원은 상원 국토안보위가 “이 문제 전체를 감독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사할 내용으로 ▲바이러스가 발원지에서 퍼져 나간 과정 ▲WHO 대응 ▲의료품이 국내에 제대로 비축되지 않은 이유 ▲의약품 성분과 의료기기가 해외에서 주로 생산되는 이유 등을 꼽았다.
존슨 의원은 “이 모든 게 어디에서 시작됐는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진 것인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나온 것인가”라며 “우리는 WHO가 이 일을 덮으려 했는지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검사 시스템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무방비 상태에 빠진 이유로는 “(WHO가 제공하는) 국제적인 정보가 빨랐다면 지금보다 더 빠른 정확한 실험실 검사를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백악관과 공화당은 중국에서 코로나19 전파가 시작됐을 때 WHO가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WHO가 망쳐버렸다. 주로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곳인데도 매우 중국 중심적”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
같은 당의 릭 스콧 의원은 이날 “공산주의 중국을 믿을 수 없다. 우리를 속인 WHO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WHO가 고장났으니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의 WHO 재정 원조를 철회하고, 사무총장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은 WHO의 대안기구 창설을 검토 중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 민주당의 티나 스미스 상원의원은 “두 달 동안 초기대응이 미흡했다. 대통령은 그저 모든 것이 잘 풀릴 거라고 했다”며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