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원 무더기 교체 초읽기… 사상 첫 연임? 여성위원 2명?

입력 2020-04-14 17:04

기준금리 수준 등 국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과반의 임기 만료일이 임박하면서 후임 인선과 사상 첫 연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통위원 7명 중 14일 현재 임기 만료를 앞둔 사람은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위원 등 4명이다. 2016년 4월 임명된 이들은 모두 엿새 뒤인 오는 20일 4년 임기를 마친다.

후임 인선은 당초 이달 초로 예상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15일로 예정된 총선 등으로 인사검증 및 결정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총선 직후인 16일이나 17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 중 임명직 5명은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은행연합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는 당연직이다.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위원은 각각 한은, 기재부, 금융위, 대한상의 몫의 금통위원이다.

차기 금통위원으로 주로 거론되는 인물은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광렬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다.

현 정부 초대 주미 대사를 지낸 조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실무경력을 쌓았고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싱크탱크를 운영한 그는 현 정부 출범 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이주열 총재 연임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신임 총재로 거론됐다.

이런 무게감 탓에 조 교수가 차관급인 금통위원으로 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있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 역시 독립성을 요구받는 금통위원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조 교수보다 유력하게 언급되는 인물이 여성이자 한은 출신인 서영경 원장이다. 현 정부의 ‘여성 고위공직자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여성 금통위원을 늘리지 않겠느냐는 게 금융권 예상이다. 현재 여성 금통위원은 임지원 위원뿐이다.

1988년 한은에 입행한 서 원장은 조사국 과장, 금융경제연구원 연구실장, 국제국 국제연구팀장, 통화정책국 금융시장부장 등을 거쳐 2013년부터 3년간 부총재보를 지내고 퇴임했다. 부총재보 임명 당시 한은 창립 63년 만에 첫 여성 임원이었다.

고위 금융당국자인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유광렬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위 몫인 고승범 위원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한은 조사국장을 지낸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초 한은 노동조합이 실시한 금통위원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 조사에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광주 전 한은 부총재보,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뒤를 이었다.

전례는 없지만 일부 금통위원이 연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구성원 과반 교체는 금통위로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 총재의 연임으로 한은 사상 첫 총재 연임 사례가 나온 만큼 금통위원 연임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한은법은 임명직 금통위원이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총재는 올해 1월 2일 신년을 맞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과반수가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한은법이 바뀐 것”이라며 “이번에는 네 명의 임기 종료가 오는데 네 명 중에 몇 명이 교체될지는 잘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