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KODEX200 선물 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거꾸로 추종한다. 그것도 수익률의 변화를 2배로 따라간다. 가령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 내리면 ETF 가격은 2%가량 오른다. 코스피를 대표하는 200개 종목의 주가가 앞으로 더 떨어질 거라는데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돈을 넣는 상품이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이 같은 인버스 ETF가 줄지어 포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10일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종목 가운데 3종목이 인버스 ETF로 나타났다. KODEX200 선물 인버스2X 외에도 ‘KODEX 인버스’와 ‘KODEX 코스닥150 선물 인버스’가 각각 상위 6,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버스 ETF는 주가가 내릴수록 돈을 번다. 특히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인버스 2X는 하락폭의 2배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개미들의 인버스 투자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저평가 우량주를 싸게 사들인다는 취지의 ‘동학개미운동’이 소위 ‘단타’(단기 트레이딩) 투자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급락한 종목을 매수한 뒤 장기 투자로 수익을 거두는 방식에서, 짧은 기간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달 2~6일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카카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주가 변동성에 편승하는 인버스나 레버리지(상승 시 수익) 투자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급증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하락기에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이 ‘스마트 머니’로 평가됐던 건 향후 오를 가능성이 큰 우량주들을 집중 매수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최근 개인의 투자 자금 일부는 단기 트레이딩 목적의 투기성 자금으로, 향후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증시가 크게 요동칠 경우 인버스·레버리지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장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인버스든 레버리지든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애널리스트는 “인버스·레버리지 ETF 모두 증시 변동성에 취약해 장기 투자가 불가능한 종목”이라며 “과욕을 부리지 말고 헷지(손실 위험 회피) 수단 정도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