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관계사들과 재향군인회상조회 인수·매각에 나섰던 H사 대표 장모(38)씨가 최근 라임 자금이 흘러갔던 스타모빌리티를 인수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장씨는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함께 라임 사태와 관련된 또 다른 ‘키맨’으로 주목받고 있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장씨는 지난달 중순쯤 스타모빌리티 측에 “김 전 회장이 내게 스타모빌리티를 접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경기도 안산 스타모빌리티 본사로 찾아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채권을 승계 받았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장씨는 김 전 회장 측이 15억원을 빼돌린 스탠다드자산운용에서도 부회장 직함으로 활동했다. 장씨는 지난달 30일 김 전 회장 측이 스타모빌리티 경영권 탈환을 시도하다 실패한 후에는 회사 측에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은 스타모빌리티 이사회에 참석하려던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을 검거했었다.
김 전 회장과 장씨가 동업자처럼 행동했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자산관리)센터장이 언급한 향군상조회 인수 과정에서의 ‘로비’ 실행 주체가 장씨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장씨는 2017년부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조업계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라임의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이 향군상조회 인수에 나설 때 컨설팅을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메트로폴리탄은 인수에 실패했고 김 전 회장 측은 새로 컨소시엄을 꾸려 다시 인수에 나선다. 장씨는 컨소시엄 참여 업체 관계자를 만나 “인수에 성공하면 상조회는 내가 운영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도 설명했다.
장씨가 지난해 11월 향군 퇴직자 A씨와 함께 향군상조회 매각주관사인 C법무법인에 왔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A씨는 향군에서 여주 학소원장례식장 매입 관련 업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학소원장례식장은 김 전 회장 측 컨소시엄이 지난 1월 향군상조회 인수에 성공한 후 H사로 넘어간다. 그런데 H사로부터 매각대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H사 측은 최근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자 장례식장을 돌려주겠다는 의향을 밝힌 상황이다. 국민일보는 장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지난 2월 메트로폴리탄을 압수수색하는 등 라임 관련 업체들의 자료를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메트로폴리탄에는 라임 자금 2500억원이 투자됐다. 메트로폴리탄 김모(47) 회장은 이중 2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김 회장도 수사 도중 잠적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김 전 회장을 비롯해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수원여객 횡령 사건에 관여한 김모(42)씨도 줄줄이 잠적했다. 특히 김씨는 괌과 마카오, 캄보디아, 중국을 거쳐 해외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은 14일 라임 펀드 자금이 투입된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의 주가를 조작해 83억원을 챙긴 이모씨 등 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라임은 에스모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식으로 에스모에 100억여원을 투자했다. 검찰은 앞서 이 전 부사장의 도주를 도운 운전기사를 구속기소하는 등 라임 사건 관련자들을 잇따라 재판에 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