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서 코로나 사망자 쏟아진다…美 15%, 유럽 50%

입력 2020-04-14 16:58 수정 2020-04-14 21:19
43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 시애틀 외곽의 요양시설. A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의 노인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전체 사망자의 15%, 유럽 사망자의 절반 가량이 이들 시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은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노인요양시설 사망자가 3621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실시간 국제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서 집계된 미국 코로나19 사망자 수 2만3640명의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열흘 전 집계치였던 450명과 비교해 700% 폭증한 수치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자체 집계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통신이 직접 주(州) 정부 사망자 현황을 취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치는 이보다 높을 수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주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않고 숨진 이들은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요양시설에 살고 있는 100만명의 노약자들 중 실제 코로나19 사망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약자들이 밀집한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나 집단 사망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미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인 뉴욕주에서는 시설 거주자 9만6000명 중 1880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요양시설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한 시애틀 외곽의 라이프케어센터에서는 현재까지 43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요양시설들이 겪고 있는 만성적인 인력난이 노인 집단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시설 거주자에게 적절한 응급치료 서비스도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러스를 막을 개인 보호장비마저 충분히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라이프케어센터에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 폐렴 환자 발생 사실을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1만1100달러(약 7억4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유럽 요양시설들의 실태는 더 심각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런던정경대학(LSE)의 집계를 인용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벨기에 등 5개국 코로나19 사망자의 절반 가량이 요양시설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수치가 가장 높은 스페인의 경우 지난달 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전체 사망자의 57%가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아일랜드(54%), 이탈리아(45%), 프랑스(45%)가 그 뒤를 이었고 가장 낮은 벨기에조차 42%에 달했다.

조사를 주도한 아델리나 코마스 헤레라 교수는 “요양원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장소”라며 “바이러스에 취약한 환자, 의료지식이 부족한 간병 직원 등의 문제가 결합될 경우 ‘퍼펙트 스톰(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