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얼굴 사수한 손끝… 첫 등장한 ‘그루밍 성폭행’ 목사

입력 2020-04-14 16:49
김모 목사(37)가 14일 오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여신도 그루밍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입건된 30대 목사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1년여 전 피해자들의 폭로가 나온 이후 처음이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유사 성행위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인천 모 교회 소속 김모(37) 목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4일 인천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10분쯤 법원에 들어선 김 목사는 얼굴 대부분을 가린 채 등장했다.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 절반 이상을 가렸고 눈이 드러나지 않도록 검은 모자를 푹 눌러썼다. 취재진 사이를 지날 때는 모자 끝을 아래로 당겨 노출을 꺼렸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김 목사는 아무런 대답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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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갑을 찬 상태는 아니었는데,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탓이다.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로 조사한 피의자에 한해 적용될 수 있다. 긴급 체포나 체포 영장에 의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뒤 48시간 안에 청구하는 통상적인 구속영장과는 다르다.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애초 지난 10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목사 측 변호인의 요청으로 한 차례 미뤄졌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목사는 2010년부터 2018년 2월까지 인천 부평구 모 교회 중·고등부와 청년부 여성 신도 4명을 상대로 그루밍(길들이기)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루밍 성폭력은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으로 가해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목사는 해당 교회 담임목사의 아들로 과거부터 청년부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김 목사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상 위계 등 간음, 위계 등 추행, 준강제추행, 형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성폭력 범죄 등 총 5가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7월 1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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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2018년 10월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 목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게시되면서 수면 위로 올랐다. 당시 글쓴이는 “김 목사는 전도사 시절부터 목사가 되기까지 지난 10년간 중고등부, 청년부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루밍 형태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세상에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낸 피해자는 총 5명이지만 증언에 따르면 어림잡아 최소 26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고 폭로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이 교회 여성 신도 4명이 변호인을 선임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김 목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10대 때 김 목사가 ‘좋아한다. 사랑한다’며 신뢰를 쌓은 뒤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목사는 지난해 2월 조사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