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에서 ‘박사’ 조주빈(25)씨를 도운 전직 사회복무요원 최모(26)씨가 유출한 것으로 보이는 개인정보명단이 서울의 한 주민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박사방 피해자들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주민센터 측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는 지난 6일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사항 공고’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 주민센터는 “지난해 1월부터 6일까지 접근권한이 없는 자가 주민등록정보시스템에 접근해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면서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주소, 연락처 등을 일부 가린 상태로 공개하니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원하는 등의 피해 구제절차를 받으라”고 공지했다. 구청이 따로 첨부한 파일에 나온 200여명의 명단에는 손석희 JTBC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있었다.
최씨는 지난해 3월 주민등록등‧초본 발급과 전출입 기록 확인시스템에 접속해 유명 걸그룹 멤버 2명과 걸그룹 출신 배우 1명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회 과정에서 이들과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들을 함께 조회한 것으로 보인다.
주민센터 측은 개인에게 개별 통지를 할 수 없어 홈페이지에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 맞다”면서 “최씨가 발급업무 외에 조회한 모든 개인정보 조회를 유출로 판단했다. 주민센터에서도 개인정보를 조회하면 불법이 되기 때문에 시스템에 표시된 가려진 개인정보 만을 갖고 통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측이 공개한 자료에는 이름 두 글자와 생년, 주거지 일부와 성별 정도밖에 표시돼 있지 않다.
관할 구청인 송파구는 사건 직후부터 '개인정보침해사고대책반'을 구성해 대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보호법을 다루는 주무부서에서 총괄 업무를 맡아 사고 수습에 대한 논의를 했고, 주민센터와 협의를 거쳐 공지를 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1~2명이 ‘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며 전화를 해 왔고, 본인인증을 거쳐 유출 여부를 확인해 공지했다”면서 “유출 여부가 확인된 개인정보들은 바로 삭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씨 등 사회복무요원들이 어떻게 개인정보 조회가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지난 11일 송파구청과 경기도 수원 영통구청에서 일한 전현직 공무원 2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각 최씨와 영통구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직무를 소홀히 한 혐의(직무유기)를 받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개인정보조회 권한이 있는 자신들의 ID와 비밀번호 등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개인정보 유출 등 관련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