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될지는 몰랐다” 군산 ‘배달의 명수’ 출시 한달새 벌어진 일?

입력 2020-04-14 16:25 수정 2020-04-14 16:30

“이 정도로 빨리 안착할 줄은 몰랐어요. 성공을 확신하긴 했지만요….”

강임준 전북 군산시장은 14일 공공 배달 앱 ‘배달의 명수(배명)’의 인기를 최근 실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시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민간업체의 횡포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배명’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소도시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달 13일 군산시가 개발 출시한 음식 배달 앱 ‘배달의 명수.’ 이후 한 달 만에 시청 직원들이나 소상공인들 모두 믿기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일들이 연이어 펼쳐졌다.

‘배명’은 코로나19 사태속에서 국내 최대 배달 앱 ‘배달의 민족(배민)’이 수수료를 인상하며 배짱을 내민 뒤 이를 역전시킬 대타로 우뚝 섰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전국적인 스타로 떠오랐다.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그동안 군산시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문의를 한 지자체만 100여곳. 이들은 개발 방법과 운영·관리 시스템, 소요 예산, 효과 등을 묻고 또 물었다.

이 가운데 충북 제천시는 ‘배명’을 본보기 삼아 연내 자체 배달 앱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9일 강임준 시장과 업무협약을 했다. 군산시는 기술 자문과 상표 무상 사용을 약속했다. 당시 이 지사는 “‘배달의 명수’라는 공공 배달 앱이 우리나라 배달 시장 혁신의 새로운 실마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심과 인기가 치솟으며 가입자도 폭증했다. 첫 주 5138명이던 앱 가입 시민은 한 달 만에 7만1320명으로 14배나 증가했다. 전체 시민 26만 7000여명 중 27%가 고객이 된 것이다.

초기 평일 200여건이던 주문 건수는 요즘엔 700건으로 늘었다. 주말과 휴일엔 그의 2배나 된다.

시민들은 그동안 ‘배명’을 통해 1만 3100여건을 주문했다. 금액으로만 3억 1500여만원 어치에 이른다.

특히 전체 1000여곳으로 추정되는 음식 배달 가능 업소 가운데 734곳이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쯤엔 대부분 ‘한 가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배명’이 초반 안착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 때문이다. 민간 배달 앱과 달리 ‘배명’에 가입한 가맹점은 이용 수수료와 광고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군산시는 민간 앱 사용에 비해 업소당 월 평균 25만원 정도를 절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역화폐인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소비자들은 이 상품권을 사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음식값의 8%(한시적 10%)를 할인받고 있다. 모바일상품권 결제가 전체의 60%에 이른다.

이 같은 결과로 ‘배명’은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고통 받는 시기, 그중에서도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군산시에 관련 자료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임준 군산시장. 군산시 제공.

이 히트상품은 강임준 시장의 ‘지역 내 종합온라인쇼핑몰 구축’이란 공약에서 잉태됐다.

쇼핑몰 구축 준비중 예산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던 차에 소상공인들에게 배달 앱 이용 부담이 적지 않다는 얘기를 잇따라 들었다. 이에 음식 배달 앱을 운영해 성장시킨 뒤, 이를 기반으로 쇼핑몰을 구축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하지만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직원들은 낯선 경험과 운영에 진땀을 뺐고, 소상공인들은 매출에 도움이 될지 반신반의하며 가입을 주저했다.

이종혁 소상공인지원과장은 “가맹점을 확보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소상공인들은 처음에 미심쩍어 했다. 메뉴 등 가맹점 정보를 입력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 과장은 “요즘도 6명의 직원과 공익근무요원이 매일 업소를 찾아 모든 메뉴 사진을 찍고 가격을 적어 앱에 올리는 작업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개월의 노력 끝에 첫 선을 보인뒤 앱을 통한 주문이 알려지자 소상공인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배명’ 개발에 들어간 예산은 1억 3000여만원. 군산시는 전주에 있는 한 업체에 이를 맡기고 1년간 운영비를 별도로 줬다.

이름은 야구 명문 군산상고의 별칭 ‘역전의 명수’에서 따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군산시의 이 같은 성과는 ‘1년 4000억원대 지역사랑상품권’ 소통과 더불어 모범적인 지역경제 살리기 노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준 시장은 “‘배명’이 각 지역 상권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도입을 원하는 자치단체에는 적극 도움을 줄 계획이다”며 “장기적으로는 재래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배달 시스템도 함께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군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