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악수는 생화학무기를 내미는 행위, 다른 인사법 찾아야”

입력 2020-04-14 14: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장 보편적인 인사 방식인 악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영국 BBC는 14일 복수의 감염병 전문가들을 인용해 악수 문화가 질병 전파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악수를 대체할 다양한 인사방법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악수의 기원을 수천년 전인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서 찾는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신뢰의 표시로 빈손을 내밀던 고대인들의 행위가 그리스·로마의 예술 작품에서 포착됐다는 것이다.

제공: BBC

이후 악수는 기업, 정치 분야에서 세계 표준 인사법이 됐다. 줄리아나 슈뢰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 교수는 “악수는 현대의 보편적인 인사법”이며 “중요한 현장에서 낯선 사람들이 만나는 비즈니스 맥락에서는 더욱 중요하게 시도됐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신뢰와 협력의 상징으로 G20 등 글로벌 정상회의에서도 악수하는 장면이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BBC는 인사법이 시대와 필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흑사병이 휩쓸고 간 이후로 유럽에서는 뺨에 수차례 키스하며 인사하는 프랜치 키스 문화가 사라진 바 있다.

BBC는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악수를 중지하자고 각국 보건당국들이 홍보한 덕분에 시민들도 악수문화를 점점 불편해 한다고 덧붙였다.

68만명 넘는 확진자와 2만2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미국에선 이미 악수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바이러스 대응의 핵심 인물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 전염병연구소장은 “절대로, 다시는 악수하지 말자”고 말했다.

미국 최대 의료 연구기관 중 하나인 마요 클리닉의 감염병 교수 그레고리 폴란드는 “악수를 권하는 것은 생화학무기를 꺼내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체에 침입한 세균이 질병을 유발한다는) 세균학의 상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므로 악수 문화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악수 문화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폴란드 교수는 “당장은 어색할 수 있지만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목례나 요즘 유행하는 팔꿈치 터치를 하라”고 제안했다. 신뢰와 호의를 표현할 수만 있다면 악수를 대체할 인사법은 많다는 설명이다.

중국, 중동, 인도 등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므로 인사문화가 비서구권 전통을 중심으로 바뀔 개연성도 커졌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아니더라도 문화적 요인에 의해서도 인사 문화는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온타리오 대학의 경영 커뮤니케이션 교수 카니나 블랜차드는 “중국, 인도를 둘러봐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악수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인사를 하지 않느냐”면서 “사회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인류는 놀라울 만큼 적응이 빠르다”고 진단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