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보다 몇발 빠른 바이러스…인도서 강력한 변종 코로나19 발견

입력 2020-04-14 13:25 수정 2020-04-14 19:04
13일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의 수도 첸나이의 한 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보건대원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로부터 면봉을 사용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이 발견돼 백신 개발에 난항이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변종은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구조가 기존 코로나19와 달라진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인 백신 개발 노력을 위협하는 것일 수 있다고 14일 전했다.

대만 창화교육대의 왕웨이룽 교수와 호주 머독대의 연구자들은 인도에서 발견된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을 학계에 보고했다.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biorxiv.org)에 11일 게재된 해당 논문은 아직 학계의 검증을 받지 않은 상태이다.

논문에 의하면 문제의 코로나19 변종은 지난 1월 초 인도 국립바이러스연구소가 케랄라에 거주하는 한 환자의 검체에서 발견했다. 완전한 유전체 염기서열이 해독돼 국제사회에 공개된 것은 지난달이었다.

이 환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한 의과대학생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환자가 보유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의 용체결합영역(RBD)에서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코로나19 변종 중 RBD 변이는 처음이었다.

13일 인도 첸나이 도로 위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자택 격리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코로나19 낙서가 도로 위에 그려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뾰족한 돌기 부분인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의 수용체 단백질인 ACE2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인간 세포에 침입해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CE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의 표면에 달라붙을 때 이용하는 돌기에 있는 효소로, 이것이 연결될 때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할 수 있다.

현재 과학자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 수용체에 달라붙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에 변이가 발생했다는 것은 백신 개발 노력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다양한 에피토프(항원 결정기) 프로필을 가진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mutation)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제기한다”며 “이것은 현재의 백신 개발이 헛수고가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과학원의 한 연구자는 인도에서 나타난 코로나19 변종을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대만-호주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대해 “진짜로 (코로나19) 단백질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지 좀 더 입증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