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발표에 아비뇽 페스티벌은 취소, 칸 영화제는?

입력 2020-04-14 13:14 수정 2020-04-14 18:35
코로나19 이동제한령 연장 발표하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예정대로 축제를 올리길 희망한다”며 올해 7월 3~23일 축제 프로그램을 발표했던 아비뇽 폐스티벌이 일주일 만에 취소를 결정했다. 프랑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대형 축제를 열지 못하도록 못 박으면서다. 이에 따라 6월 말 또는 7월 초로 미뤄졌던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올여름 열릴 예정이던 프랑스 축제들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TV 담화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적인 이동제한령을 다음 달 11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동제한령은 이달 15일로 종료 예정이었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축제나 행사를 7월 중순까지 열지 못하도록 했다. 프랑스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데 따른 조치다.

프랑스 현지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발표가 있은 지 2시간 만에 올리비에 파이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축제 취소 계획을 밝혔다. 파이 감독은 “우리는 축제가 열리길 정말 바랐지만, 이제 더는 축제를 열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파이 감독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취소를 발표할 것이란 공연계 전망과는 반대로 지난 8일 개막 의지를 내비쳤었다.

매년 7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아비뇽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연극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은 축제 기간 중 발생하는 2500만 유로를 포함해 약 1억 유로 규모의 경제 파급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모이는 관광객과 참가자만 50만명을 훨씬 웃돈다. 이번 취소로 현지의 경제적 타격 또한 상당할 전망이다. 르 몽드는 ”이번 취소 결정이 수천 명에 달하는 예술가, 기술자,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칸 국제영화제도 비상이 걸렸다. 본래 5월 12~23일에서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6월 말 또는 7월 초로 개최를 가늠하던 칸 영화제는 이번 정부 결정으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닥쳤다. 칸 국제영화제 주최 측은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일정을 추가로 조정하는 게 만만치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영화제가 열리는 칸은 프랑스 최고 휴양도시 중 하나로 7월 첫 주말부터 관광객이 몰린다. 높은 물가와 인파 등을 고려할 때 7월 중순이나 8월에 영화제를 열기는 적절하지 않다. 세계 각국의 영화인이 코로나19 우려로 참가를 꺼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가을로 미루자니 다른 영화제와의 일정 조율이 쉽지 않다. 9월 2일 개막하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와 9월 10일부터 열리는 토론토국제영화제, 9월 18일 스페인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10월 7일 부산국제영화제 등 다른 국제영화제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다. 칸영화제 집행위가 코로나19 여파로 행사를 6월 말, 7월 초로 연기한 것도 다른 영화제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조처로 풀이됐다.

칸 국제영화제는 지금껏 해외 영화제들이 줄줄이 일정을 연기하는 상황 속에서도 강행 의지를 드러냈었다. 지난 7일에는 티에리 프리모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로 영화제의 물리적 개최가 어렵다고 해도 온라인 개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해외 언론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화계 안팎에서는 칸 국제영화제가 아예 취소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국제 산업계는 이미 칸 국제영화제가 취소되리라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면서 “주요 국제 배급 업체 등이 영화제가 취소될 경우를 대비한 가상 시장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