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꿈꾸는 명가의 노림수? 시카고 불스의 ‘전면 구조개혁’

입력 2020-04-14 12:51 수정 2020-04-14 15:07
출처: 시카고 불스 홈페이지

“우리의 최종 목표는 시카고에 NBA 챔피언 자리를 가져오는 겁니다.”

아르투라스 카르니소바(48) 시카고 불스 신임 부사장의 취임 일성은 야심찼다. 전통의 명문 불스를 다시 정상의 자리로 돌려놓겠다는 선언이었다. “시카고는 장대한 역사를 지닌, 대단한 스포츠 도시입니다. 시카고의 팬들은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여길 팀을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이 팀을 그렇게 만드는 게 내 목표입니다.”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레인도르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3일(현지시간) 라이벌 구단 덴버 너깃츠의 단장을 지내온 카르니소바를 부사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2003년에 단장에 취임한 이래 의사결정의 최전선에서 일해온 존 팩슨 부사장을 고문으로 물러나게 했다. 2009년부터 단장을 맡았던 가 포먼은 해임됐다.

카르니소바 신임 부사장은 리투아니아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서 두 차례 올림픽 동메달 수상했다. 2003년 NBA 사무국에서 일하며 행정직으로 진출해 휴스턴 로켓츠를 거쳐 2013년부터 덴버 너깃츠의 단장을 맡았다. 출중한 구단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이후 밀워키 벅스, 브루클린 넷츠 등에서 영입을 시도했으나 너깃츠가 붙잡으면서 무산된 이력이 있다.

그가 너깃츠에서 거둔 영입 성공사례로는 ‘조커’로 불리는 신흥 센터 니콜라 요키치(25)와 NBA 최상위권 듀얼 가드로 꼽히는 자말 머레이(23), 스몰포워드 마이클 포터 주니어(21) 등이 꼽힌다. 너깃츠는 카르니소바가 부임한 이래 5시즌 연속으로 승률이 올랐다.

이번 인사는 불스의 대대적인 내부개혁을 예고한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카르니소바의 부사장 임명을 ‘새로운 시대의 여명을 알리는 사건’이라며 “불스는 카르니소바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고 표현했다. 구단의 구조 자체를 전면적으로 뒤엎을 것이란 전망이다. 레인도르프 COO는 “우리가 최선의 적임자를 데려왔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레인도르프 COO는 외부에서 영입할 인사를 두루 검토하고는 있었지만 애초 카르니소바를 영입 후보로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확신을 갖게 된건 지난주 카르니소바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뒤였다.

레인도르프 COO는 “사실 그냥 인사만 나누려고 했던 만남이었다”면서 “하지만 그 자리에서 한시간 반 넘는 대화를 나누고 다음 며칠에도 계속 대화를 이어가면서 확신이 들었다. 이 사람이 적임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레인도르프 COO의 아버지인 제리 레인도르프 불스 구단주도 카르니소바를 화상면접으로 접한 뒤 “이런 대단한 사람을 찾을지 몰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단장을 뺏긴 팀 코넬리 너깃츠 회장은 “신뢰하는 동료이자 친구를 잃어 입맛이 쓰다. 하지만 그가 자랑스럽다. 불스에는 이번 영입이 완벽한 홈런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불스는 과거 마이클 조던이 이룩한 ‘불스 왕조’의 모습으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구단이지만 최근 성적은 저조하다. 불스의 2014-15시즌 이후 성적은 154승 239패로 승률 3할9푼1리에 불과하다. 1998년 이후는 NBA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고 가장 최근 디비전에서 우승한 것도 2012년이었다.

카르니소바 신임 부사장은 곧 새로운 단장을 찾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하면서 가 포먼 전 단장의 해임을 결정했기 때문에 자신과 철학이 맞는 이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르니소바 부사장은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우리가 어떤 팀인지를 정의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문으로 물러난 존 팩슨 전 부사장은 불스에서 여전히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팩슨은 선수로서도 불스에서 9년을 보내며 우승을 경험했다. 실무자로서 일한 기간까지 합치면 자그마치 35년이다. 이른바 ‘불스 패밀리’인 셈이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도 의사결정권자 중 한명으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