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러시아발 유입 ‘비상’… 네이멍구·상하이로도 쏟아져 들어와

입력 2020-04-14 12:39 수정 2020-04-14 13:54
헤이룽장성 쑤이펀허 세관으로 입국하는 중국인들.글로벌타임스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정세로 한숨을 돌리던 중국이 러시아에서 밀려드는 자국 코로나19 환자들로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헤이룽장성과 네이멍구는 러시아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고, 모스크바~상하이를 운항하는 한 비행기에서는 60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헤이룽장성은 고육지책으로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금까지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국경으로 밀려드는 사람들이 모두 자국민이어서 무작정 입국차단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신경보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모스크바를 출발해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한 러시아 항공기에서 6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상하이 보건 당국은 200명 가량의 승객들을 검사한 결과 당일 1차 핵산 검사에서 5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후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가 검사를 한 결과 확진자 9명이 새로 나왔다.

이 항공기는 402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으나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탑승률을 75% 이하로 제한했고, 실제로는 200명에 못미치는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의 3분의 1 가량이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상하이 당국은 확진자 외에 나머지 승객들도 전원 격리 조치했다.

이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출발 당시 모스크바 공항에는 체온 측정을 하는 방역 요원은 물론, 건강 상태를 묻는 사람도 없었으며 안전검사 외에 어떠한 방역 조치도 없었다고 신경보에 전했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중국인들.글로벌타임스캡처

지난달 29일 모스크바에서 푸둥 공항으로 입국한 천모씨도 “모스크바 공항의 직원들은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식당 들은 문을 닫았지만 체온측정 등 다른 방역 조치는 없었다”며 “비행기 승무원들도 얇은 마스크만 착용했고, 평소처럼 기내에서 음료수와 두 차례 식사를 제공했는데 먹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헤이룽장성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극동 지역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육로로 들어오는 중국인들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불법 입국자 신고 포상금까지 도입하는 등 골치를 앓고 있다.

헤이룽장성은 허가 없이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를 신고하면 3000위안(약 50만원), 불법 입국자를 직접 잡아오면 5000위안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헤이룽장성의 쑤이펀허는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들어오는 중국인들의 주요 루트다.

헤이룽장성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역외 유입 코로나19 확진자는 13일까지 326명인데 대부분 러시아에서 쑤이펀허를 통해 들어온 중국인들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최근 역외 유입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명 선을 맴돌다 12일에는 49명이 증가했고, 13일에는 79명이나 늘어나는 등 증가세도 심상찮다.

헤이룽장성 보건당국은 현재 쑤이펀허에 1479명이 격리 조치돼 관찰을 받고 있는데 이 중 15~20% 정도가 확진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격리자들 중에서만 300명가량의 확진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쑤이펀허 세관을 봉쇄하고 러시아에서 중국인이 들어오는 것을 통제하고 있지만, 러시아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 자국민을 위험 속에 방치한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네이멍구 만저우리시의 중러 국경.글로벌타임스캡처

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이멍구의 만저우리시도 최근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 비상이 걸렸다.

네이멍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하루 동안 만저우리시에서 발생한 역외 유입 코로나19 확진자는 34명에 달했다.

네이멍구의 역외 유입 확진자는 12일까지 114명인데 이 가운데 70명이 러시아에서 만저우리시를 통해 유입된 사례로 나타났다.

만저우리시는 늘어나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시내의 몇 개 병원을 코로나19 지정병원으로 개조하고 있다.

또 인근 후룬베이얼시에서 의료진 4개 팀, 115명이 만저우리시로 파견돼 환자 치료와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