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제기 사실도 몰랐는데 유죄가 선고됐다… 대법 “다시 심리해야”

입력 2020-04-14 11:25

자신에게 공소가 제기된 줄도 몰랐던 남성이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된 후에야 사실을 알게 됐다면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4월 경기 수원시의 한 술집에서 술값을 요구하는 주인 B씨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은 A씨의 출석 없이 진행됐다. 법원은 A씨에게 공시송달 등의 방법으로 서류를 보냈지만 A씨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고 소재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송촉진법 등에 관한 특례법 23조는 공시송달 불능 보고서가 접수된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 소재를 확인할 수 없으면 진술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재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A씨가 폭력 범죄로 수십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검사의 항소로 진행된 2심도 A씨의 출석 없이 진행됐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A씨는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몰랐다가 판결 선고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상고권회복 청구를 통해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 사건 특례규정을 적용하여 재판을 진행해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선고했다”며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