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실업급여 9천억인데… ‘민생파탄’만은 안된다는 선관위

입력 2020-04-14 10:26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구지역에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일 대구시 번화가인 동성로의 한 상가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때아닌 '이중잣대' 논란을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의 '투표로 100년 친일청산' 현수막 문구는 허용한 반면 미래통합당 측의 '민생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라는 투표 독려 피켓은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판단과 달리 지표는 '민생파탄'을 가리키고 있다. 주체가 정권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인지는 분명히 구분지을 수 없지만 각종 지표는 민생이 어려움을 드러낸다.

우선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8982억원이다. 지난해 동월 6397억원보다 40.4% 급증했다. 노동부는 "구직급여 지급 기간 연장과 지급액 상향 조정 등 생계 보장 기능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례적인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구직급여 지급기간 연장과 수혜금액 상향은 지난해 말 이뤄진 조치다.

일자리는 사라지는데 취업할 곳은 사라지고 있다. 고용시장에서 구직자를 흡수할 수 있는 빈 일자리 수는 8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빈 일자리 수는 2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13만9485명이다. 이는 1년 전보다 6만3318명 줄은 수치다. 감소 폭은 2011년 8월(6만4377명) 이후 8년 6개월 만에 크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체의 빈 일자리 수는 7414명에 불과하다.

국가부채는 전년보다 60조2000억원 늘어 1743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민 1인당 1409만원을 갚아야하는 셈이다. 정부가 7일 국무회의에서 활용한 재무제표 결산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재정적자 보전을 위해 국채 발행 잔액이 50조9000억원 증가했다. 국가 재정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로 전환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17조6000억원 적자 이후 10년 만에 최대 적자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나경원 미래통합당 서울 동작을 후보 측이 사용한 '민생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라고 적힌 투표 독려 피켓 사용을 제지했다. 공직선거법 제58조를 근거로 '민생파탄'이 현 정권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직선거법 제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는 투표참여 권유활동 시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면 안 된다고 명시했다. 정당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으로 현수막과 시설물 등을 사용할 수도 없다.

반면 선관위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 측의 현수막 문구인 '투표로 100년 친일청산' '투표로 70년 적폐청산' 문구는 지난달 30일 사용을 허가한 바 있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선관위는 13일 전체 위원회의를 열고 '민생파탄' '적폐청산' 친일청산' 등을 모두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투표참여 권유활동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허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법규운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해명했다.

한편 미래통합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민생파탄'이란 표현이 들어간 사전투표 문구를 불허한 선거관리위원회 책임자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미디어 특위는 "선관위마저 여당 선수로 참전하니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우리 통합당 선수들은 서 있기조차 힘들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