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녀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던 미국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영화계에 따르면 수입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는 오는 5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개봉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봄비가 내리는 뉴욕을 배경으로 젊은 남녀의 운명 같은 만남과 해프닝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물로, 티모테 샬라메를 비롯해 엘르 패닝, 셀레나 고메즈가 출연한다. 2017년 촬영을 마친 이 작품은 앨런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북미 등지에선 개봉이 취소됐었다.
앨런이 입양한 딸 딜런 패로는 2014년 “7살 때부터 양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2017년 전 세계적으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이런 사실이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앨런은 관련 의혹을 지속해서 부인했지만,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배급을 맡은 미국 기업 아마존은 2020년까지 앨런과 함께 4편의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던 계약을 파기했다. 이에 앨런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앨런의 회고록 출간도 무산됐다가 지난달에서야 새 출판사를 통해 나왔다.
앨런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도 더는 함께 작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티모테 샬라메는 이 영화 출연료를 성폭력 공동 대응 단체 ‘타임즈업’ 등에 전액 기부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을 수입·배급한 그린나래미디어 측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국내 포스터에 앨런의 이름을 넣지 않고 ‘미드나잇 인 파리’ 제작진으로 표기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는 “성추행 의혹으로 북미에서도 개봉 못 한 영화의 국내 개봉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영화는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과 남미에선 이미 개봉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