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도 “단어 선택에 실수” 한발 물러서
그러나 경제 재개 놓고 갈등 재연 가능성
트럼프, 파우치 거취 놓고 ‘진퇴양난’
미국인 신뢰 받는 파우치 자를 수도 없고
조기 경제 재개 ‘반대’ 파우치 그냥 둘수도 없고
미국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진두지휘하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을 해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도 논란이 됐던 인터뷰와 관련해 “단어 선택에 실수가 있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
백악관과 파우치 소장이 진화에 나섬에 따라 파우치 소장을 둘러싼 갈등은 봉합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미국의 경제활동 정상화 재개 시점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파우치 소장 간의 인식차가 워낙 커 해임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이번 해임 논란은 파우치 소장이 12일 CNN방송과 가진 인터뷰가 발단이 됐다. 파우치 소장이 “우리가 만약 일찍 조치를 취했다면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수 강경세력이 물고 늘어졌다.
보수 강경세력은 파우치 소장이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이유와 관련해 이른 시점에 조치를 취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의 디에나 로레인이라는 정치인이 “파우치를 잘라라"(FireFauci)”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트위터 글을 올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리트윗하면서 논란은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이 13일 “언론들이 떠들어대는 것은 터무니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 박사를 해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파우치 박사도 이날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CNN 인터뷰는) 가정적인 질문이었다”면서 “(조기 조치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많은 반발(pushback)이 있었다고 말했던 것은 단어 선택의 실수”라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파우치 박사는 미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 당국자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우치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답변을 명확히 하라는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과 관련해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자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파우치를 잘라라"(FireFauci)”라는 해시태그를 리트윗한 것을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표현하면서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적 근거 없이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 19 치료 효능을 주장했을 때 파우치 소장이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가장 큰 뇌관은 미국의 경제활동 정상화 재개 시점을 둘러싼 시각 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경제활동 재개 시점을 결정할 권한은 “주(州) 정부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법률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경제활동 재개 시점을 권한은 주 정부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활동을 서둘러 정상화하는데 혈안이 돼 있지만 여기에 최대 걸림돌은 파우치 소장을 대표로 하는 보건당국자들이다. 이들은 대책 없이 경제활동 재개를 서두를 경우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보수세력에게 이미 공공의 적이 됐다. 공화당의 앤디 빅스 하원의원은 보수 라디오 매체에 출연해 “파우치가 미국 경제를 무력화시켰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파우치 소장을 함부로 자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도 변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그를 괴롭힐 수 있는 파우치 소장에 대한 신뢰가 더 크다”면서 “파우치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파우치 소장에 믿음이 큰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공화당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파우치 해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