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막아라” 하나로 뭉친 민주당…샌더스, 바이든 지지

입력 2020-04-14 07:41 수정 2020-04-14 10:36
샌더스 “트럼프 임기는 한 번으로 끝나야”
“바이든이 백악관에 있는 것을 필요로 해”
트럼프 향해 외국인 혐오자·광신자 등 맹비난
샌더스, 바이든과 이미 협력 시작했음을 밝혀
진보(샌더스)·중도(바이든) 결합…민주당, 큰 진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버니 샌더스(오른쪽) 상원의원이 13일(현지시간) 온라인상의 분할된 화면에 등장해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바이든 선거캠프 캡처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미국 현대 역사에서 가장 위험하고, 법 위에 있으며, 인종차별주의자고 성차별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한 번의 임기로 끝나는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지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 선언은 천군만마다. 이번 지지 선언으로 민주당 내부의 진보 세력(샌더스)과 중도 세력(바이든) 간의 화학적 결합의 발판이 마련됐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온라인상의 분할된 화면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동시에 나와 “나는 모든 미국인과, 민주당 지지자들, 무당파들 그리고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내가 보증하는 후보(바이든)를 지지하기 위해 이 선거운동에 함께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이 백악관에 있는 것을 필요로 한다”면서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샌더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을 경시했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했으며, 마스크·가운·장갑·산소호흡기 등 개인의료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국방물자생산법을 조기에 발동하지 않았고, 지금은 앤소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에 대한 해고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샌더스는 또 “미국 헌법을 읽지 않은 것이 명백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법 위에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내게 인종차별주의자고, 성차별주의자이며, 동성애 혐오자고, 외국인 혐오자이며, 광신자로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샌더스는 그러면서 바이든을 향해 “당신의 어깨 위에는 엄청난 책임이 있다”면서 “지금 이 순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샌더스는 또 바이든 캠프와의 협력을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샌더스는 “당신의 참모들과 내 참모들이 지난 몇 주 동안 일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쳤다는 사실이 기쁘다”면서 “그 태스크포스는 경제와 교육·기후변화·형사사법제도·이민 개혁·의료보험 개혁 등 미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더스는 의료보험 등을 거론하면서 “당신과 나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면서도 “이 태스크포스가 힘을 합쳐 이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실제적 해법들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당신과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화상 화면에서 샌더스가 지지를 공식 선언했을 때 “오우”하면서 낮은 탄성을 질렀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을 때는 고개를 가로 짓거나 한숨을 쉬면서 동의를 표현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샌더스는 지난 8일 경선 레이스 중단을 선언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결을 앞두고 유권자를 단합시키기 위해 민주당의 이념적 분열을 메워야 할 바이든에게 샌더스의 지지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지지 선언은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했던 2016년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뒀던 같은 해 7월 초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것과는 대조를 보이는 움직임이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샌더스가 바이든에 대해 일찌감치 지지를 천명한 것은 민주당에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