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G N400 써보니…에어팟 프로 대항마 등장

입력 2020-04-14 04:00 수정 2020-04-14 04:00

애플 에어팟 프로가 주도하고 있는 ‘노이즈 캔슬링’ 무선 이어폰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음향 전문 브랜드 AKG의 N400이 주인공이다. N400은 뛰어난 음질, 훌륭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췄고 게다가 가격은 에어팟 프로보다 저렴하다. 갤럭시 버즈+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빠져서 아쉬워했던 이들이 있다면 N400에 눈을 돌려볼 만 하다. N400을 일주일가량 사용해봤다.

N400은 삼성에서 내놓은 첫 번째 노이즈 캔슬링 무선 이어폰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을 인수했다. AKG는 하만 산하에 있는 음향기기 전문 브랜드다. 갤럭시S8부터 AKG가 튜닝한 이어폰이 기본 제공되기 시작해 대중에게도 익숙한 브랜드다. 갤럭시 버즈+ 역시 AKG가 음향을 튜닝했다.

하지만 N400은 삼성 브랜드가 아닌 AKG 브랜드로 출시됐다. 갤럭시 버즈+가 스마트폰과 연동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면 AKG 브랜드로 나오는 N400은 더욱 전문적인 음향 기술을 적용했다. 이 제품의 경쟁자는 ‘형제’인 갤럭시 버즈+가 아닌 에어팟 프로라고 봐야 할 거 같다. 삼성과 애플의 ANC 무선 이어폰 경쟁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주변 소음 쉿! 만족스러운 ANC
기자는 에어팟 프로를 몇 달째 쓰고 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에 상당한 만족감을 갖고 있고, 앞으로 노이즈 캔슬링이 없는 이어폰은 못 쓸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N400의 ANC 기능은 에어팟 프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N400은 커널형 이어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외부음이 어느 정도는 차폐된다. 여기서 노이즈 캔슬링 모드를 활성화하면 외부음이 보다 적극적으로 막힌다. 소리가 아예 안 들리는 건 아니지만 걸어갈 때 발소리 정도는 안 들리는 수준이다. 웬만한 소리는 아주 아득한 정도로 들린다. 출퇴근 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거의 흡수한다. 원한다면 외부 소음 없이 조용하게 출퇴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오히려 외부음을 들리는 모드를 활성화했을 때 제대로 들릴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앞서 말했듯 커널형 이어폰 특성상 외부음이 기본적으로 막히기 때문이다. N400은 ‘주변 소리 듣기’ 모드가 있는데 이를 활성화하면 외부음이 들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 들렸다. 마치 귀에 아무것도 안 끼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외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외부 소리를 마이크를 통해 들려주는 방식인데 한 유닛당 2개의 마이크를 탑재하고 있어서 소리를 잘 모아준다는 느낌이었다.

N400은 여기에 주변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톡쓰루(TalkThru)’ 모드까지 탑재하고 있다. 주변 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넘어 이어폰을 낀 채로 옆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N400은 ANC, 주변소리 듣기, 톡쓰루 등 3가지 모드를 언제라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앱을 설치해 스마트폰 상에서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이게 귀찮으면 이어폰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기능 활성화가 가능하다. 왼쪽 유닛을 앞쪽으로 쓸어내는 동작을 하면 ANC와 주변소리 듣기를 오갈 수 있다. 처음에는 활성화돼 있지 않아서 앱에서 이 동작을 지정해줘야 한다.

선명하고 왜곡 없는 음질
음질은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라 N400이 다른 제품보다 뛰어나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AKG가 70년 넘게 음악인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AKG는 스스로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AKG는 아티스트들에게 가장 의도한 사운드의 분위기에 적합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표현해주는 헤드폰, 마이크를 개발하며, 오디오 역사에서 70년 이상 음악 업계의 프로페셔널들에게 기준이 되어 왔습니다.”

일주일간 다른 이어폰과 비교해서 들어본 바로는 고음은 더 청명하게 들렸고, 저음과 구분도 확실했다. 소리가 풍성하면서도 잘 정제된 느낌이었다. 깨끗하고 왜곡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음질 부분에서는 AKG의 브랜드를 신뢰해도 될 거 같다.

N400은 8.2㎜ 고감도 드라이버, 메탈 어쿠스틱 챔버, 초정밀 사운드 필터 등의 사양을 갖췄다.

N400의 가격은 22만9000원으로 에어팟 프로(32만9000원)보다 10만원 저렴하다. ANC나 음질 부분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점에서 10만원의 가격 차이는 N400의 장점이라고 할 만하다.

N400은 유닛의 크기가 큰 편이다. 막상 귀에 착용하면 무게는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케이스에 유닛을 보관할 때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좌우가 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 버즈+도 에어팟 프로도 왼쪽 유닛은 왼쪽에, 오른쪽 유닛은 오른쪽에 보관하게 돼 있다. 하지만 N400은 왼쪽 유닛을 오른쪽에, 오른쪽 유닛을 왼쪽에 넣어야 한다. 좌우가 바뀌어 있는 이유는 귀에 잘 맞도록 하는 ‘윙팁’을 장착한 채로 케이스에 넣게 하려고 디자인을 했기 때문이라고 AKG 측은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