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외출 자제를 당부하기 위해 올린 영상이 개그 소재로까지 활용되는 등 일본 내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영상이 ‘좋아요 35만건’을 기록했다며 자화자찬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의 헛발질까지 겹쳐 여론은 더욱 나빠지는 분위기다.
일본의 인기 개그맨 타무라 켄지는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주 좋은 소재를 줘 고맙다”며 영상 하나를 올렸다. 일본 전통 남성 속옷인 ‘훈도시’에 검정색 선글라스 차림으로 영상에 등장한 그는 호시노 겐의 ‘집에서 춤추자’ 노래에 맞춰 아베 총리를 패러디한 여러 동작을 선보였다.
아베 총리가 전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반려견과 입을 맞춘 것처럼 그도 전매특허인 사자무용탈에 뽀뽀했다.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책을 보거나 TV를 시청하는 장면도 빠뜨리지 않았다. 여유로운 표정까지 더해져 하나 같이 아베 총리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SNS에서는 이를 두고 “한바탕 웃었다” “부글부글한 마음이 웃음으로 바뀌었다”는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저마다 폭소를 터뜨렸지만 아베 총리의 영상에 대해 일본 내 여론이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베 총리는 트위터에 “친구와 만날 수 없다. 회식도 할 수 없다. 단지 이런 행동만으로도 여러분은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글과 함께 영상 하나를 올렸다가 이틀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비상사태마저 선포한 시점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가 한가로운 모습을 공개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논란을 잠재우려던 스가 관방장관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영상과 관련해 “청년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좋아요’(Like) 클릭 건수가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상 최다인 35만건 이상에 이른다. 꽤 효과적”이라고 말해 일본 내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