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당신, 지켜보고 있다” 시민들 ‘매의 눈’ 신고 급증

입력 2020-04-13 17:26 수정 2020-04-13 23:1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자 주민들이 자가격리자를 ‘매의 눈’으로 능동 감시하는 일이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 자가격리 시설을 무단 이탈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에 대한 신고도 100건 이상 접수됐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A씨(52)는 지난 8일 자가격리 중 외출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11차례에 이르는 A씨의 외출은 그를 유심히 관찰하던 동네 주민의 신고로 발각됐다.

자가격리 이탈 사실을 SNS에 올렸다가 덜미를 잡힌 이들도 적지 않다. 자가격리하던 충북 청주의 20대 여성 B씨는 지난 4일 어머니의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오던 중 페이스북에 야외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15분에 불과했던 B씨의 짧은 외출은 한 시간도 안돼 안전신문고에 접수됐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C씨도 자가격리 중 음식점을 방문한 듯한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누군가가 성남시에 공익제보하면서 무단 이탈 사실이 드러났다.

자가격리 위반자의 무단 이탈이 속출하자 시민들의 신고도 급격히 늘고 있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전날까지 ‘안전신문고’에 108건의 코로나19 자가격리 위반 신고가 접수됐다. 행안부는 이 신고들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냈고, 지자체들은 3건은 경찰에 직접 고발조치하고, 신원이 확인된 70여건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히 지난 10일부터 자가격리 이탈자에 대한 신고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사람들에 대한 신고는 지인이나 방문했던 업소 관계자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

경찰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자가격리 기간 중임에도 사우나, 음식점 등을 방문했다가 체포된 60대 남성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은 또 서울 성동구에서 스마트폰을 집에 놓아둔 채 외출했던 30대 여성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동방역’의 중요성이 학습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신고라는 행위로 피신고자와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관계가 망가졌을 때의 손해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상되는 피해가 더 크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알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송파구의 사우나 업주는 신고로 인해 한동안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신고했는데, 단기적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신고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