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리그1 울산 현대, 부산 아이파크가 임직원 급여 반납이란 특단의 조치를 시행했다. 개막 연기로 수입이 줄어든단 사실엔 누구나 공감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구단 임직원의 임금부터 깎고 보는 게 합당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과 부산은 10일 “코로나19로 악화된 구단 경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급여 반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관중·스폰서 수입, 중계권료 등의 감소가 ‘예측’돼 임원 월급의 20%, 일반 직원은 10%씩 반납해 고통을 함께 분담하기로 했단 것이다. 8일 연맹이 발표한 급여 반납 비율과 같은 수치다.
연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손실 추정치를 산출한 결과 상당한 금액에 이르러 각종 비용을 축소하는 조치와 함께 급여 반납에 대한 동의를 구하게 됐다”며 “구단의 경우 자체수입비중이 높은 곳일수록 어려움을 크게 겪을 것이고, 모기업이나 지자체의 지원금도 올해 내에 줄어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급여 반납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성급한 결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아직 개막 시점도, 경기 수 감소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누구도 손실액을 정확히 예측할 순 없어서다. 부산의 경우 급여 반납의 근거로 메르스 때 관중이 65% 급감했던 점을 들고 있지만, 이는 5년 전 일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닌 것이다.
이 결정이 타 구단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더 큰 문제다. 영세한 구단의 저연차 직원들에겐 급여 반납이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어서다. K리그2 구단 관계자는 “직원 15명이 보통 연봉으로 2000~3000만원 버는 게 고작인데 10%나 급여를 깎아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구단의 결정을 직원들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구단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선수 연봉 삭감을 위한 사전 움직임이 아니냔 시각도 있다. 한 시민구단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은 최저임금만 받고 있다”며 “구단별로 20명도 되지 않는 직원 급여를 10% 걷는다고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단이 개인사업자인 선수들에게 강제로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없어 직원 급여부터 ‘상징적으로’ 손을 댔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축구 산업을 둘러싼 손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면, 해외 미담 사례처럼 선수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급여 일부를 기부하는 게 최선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연맹-구단-선수들 간 손실 규모가 얼만큼인지에 대한 정확한 상황 공유는 필수다. 신인 선수의 올해 연봉은 2400만원일 정도로 선수들 간에도 임금 격차가 크다.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선수들끼리도 분담 금액을 논의할 수 있다.
과반수 이상의 프로선수들이 소속된 프로축구선수협회 관계자는 “정확한 지표를 근거로 임금 반납 결정이 나온 게 아닌 것 같아 씁쓸했다”며 “이근호 회장을 비롯한 선수들도 위기 상황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연맹, 구단이 선수들과 생산적 대화에 나서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코로나19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변수 앞에서 가장 필요했던 건 결국 시급히 결정을 내리기 전 거쳤으면 좋았을 각 주체간 정보 공유와 소통이 아니었을까.
이동환 조효석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