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빈사상태인데…정부는 부처끼리 ‘신경전’

입력 2020-04-13 17:2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운항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항공업계가 ‘빈사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가 부처간 이견으로 지원방안 마련에 굼뜨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3일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 항공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포함한 항공업계 추가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월 17일 저비용항공사(LCC)에 최대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는 항공분야 긴급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LCC뿐 아니라 대형 항공사의 경영난까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2월 대책부터 대형 항공사 금융지원 방안도 넣으려 했다. 항공산업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라 항공사 규모와 관계없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국토부는 국내 항공업계에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는 대형 항공사에 대한 금융지원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대형 항공사의 경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있어 정부의 선제적 대응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논의 끝에 대형항공사를 뺀 LCC만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금융위는 ‘최대 3000억원’이라는 숫자를 대책에 명시하는 것조차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2월 대책 이후 항공업계 피해가 정부 예상보다 커졌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국내 항공사들의 경영정상화까지 ‘조 단위’의 금융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월 대책 때는 항공사들이 약 3개월 간 노선을 중단하면 입을 피해를 기준으로 금융지원 규모를 산정했었다”며 “당시 예상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고, 기간도 장기화하면서 대형 항공사의 자금난을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여전히 대형 항공사에 대한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우면 오너 일가가 사재라도 출연하는 식으로 자구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2016년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 때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지원 적기를 놓쳤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당시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와 자금지원의 틀을 짜는 금융위·기획재정부는 ‘피해 확대 방지’와 ‘대주주 우선 책임’이라는 의견을 두고 충돌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비용 등 고정비용이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보유한 현금을 소진할 수밖에 없다. 무급휴직 등의 인건비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부 내부의 이견이 최대한 빨리 정리돼야만 항공업계가 회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