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님, 배달통 들고 뛰어보세요” 이재명 또 저격

입력 2020-04-13 17:05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공 배달앱 개발’을 반대하고 플랫폼이용자보호법 제정을 제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마라톤 대신 배달통을 들고 한번 뛰어달라”며 또 한 번 직격탄을 날렸다.

이 지사는 12일 페이스북에 “홍수로 마을이 떠내려가는데 돕지는 못할망정 둑 쌓는 사람에게 ‘댐 설계 같이하자’는 국민의당이나 ‘방재는 정부에 맡기라’는 안 대표의 비난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참으로 한가로운 말씀”이라고 썼다. 이어 “철회하기는 했지만 ‘배달의 민족’(배민)의 횡포는 독과점이기 때문에 언제든 재발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결합을 허용하는 순간 독과점 횡보는 시기와 정도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려한 말보다 지금 당장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실용”이라며 “독과점 배달앱 횡포로 죽어가는 가맹점을 살릴 현실적 대책을 외면한 채 언제 될지 모를 보호 입법 연구하며 방치하는 건 실용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갑질에 고통받는 약자를 체험해보지 못한 안 대표님께 권유한다”며 “배민의 독점으로 힘겨워하는 분들을 위해 마라톤 대신 배달통 들고 한번 뛰어보시기 바란다”고 썼다.

앞서 안 대표는 경기도의 공공 배달앱 개발 추진 계획이 발표되자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글을 써 이를 비판했다. 그는 “배민이 독과점 지위를 남용해 과도한 수수료 이득을 취하려 한다면 공정거래법상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시정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대중의 감성을 건드려서 공공앱을 만들자고 나서는 것은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며 인기영합주의”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안 대표의 저주에 가까운 비관적 지적을 보며 공익보다 이윤을 추구하던 과거에 머물고 계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되받았다. 이어 “공공의 이익보다 돈벌이를 중시하고 기업프렌들리를 외치며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망치고 경제적 강자들의 이익추구에 몰두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며 “IT 전문가이자 성공한 기업가인 안 대표님, 과거에서 벗어나 중소상공인들을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해 함께 공공앱 개발에 나서보자”고 제안했다.

▼ 이 지사 페이스북 글 전문

<안철수 대표님, 마라톤 대신 배달통 들고 한번 뛰어주십시오.>

저에게, 마라톤 중이던 안철수 대표님이 ‘독과점 규제는 소관인 공정거래위에 맡기고 지방정부인 경기도는 개입하지 말라’더니, 국민의 당(선대위 최주선)은 ‘공공앱 개발 아닌 플랫폼이용자보호법 제정으로 배민사태를 해결해야한다'면서 '공공앱 개발 대신 중도실용의 국민의 당과 함께 플랫폼이용자보호법 연구를 함께 하자’고 역제안했습니다.

참으로 한가로운 말씀입니다. 홍수로 마을이 떠내려가는데, 돕지는 못할망정 둑쌓는 사람에게 ‘댐 설계 같이 하자’는 국민의 당이나, ‘방재는 정부에 맡기라’는 안철수 대표님의 비난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플랫폼이용자보호법은 언제 제정되는가? 국민의 당이 그 법률을 제정할 현실적 힘이 있는가? 수많은 개혁법안의 운명과 달리 이 법만은 곧바로 만들어지는가? 입법까지 소상공인들은 피해를 감수하며 기다려야 하는가? 법이 금하지 않는 한 공익에 부합하는 행정을 할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는 왜 독점 피해에 대해서만 방지나 구제를 포기한 채 속수무책으로 공정위 처분만 지켜봐야 하는가? 전기 통신 철도 등 기간시설에 국가소유가 허용되고, 특정기업을 위한 R&D 지원이나 제 3섹터 재정지원도 허용되는데, 유독 독점 플랫폼의 횡포를 막고 최소한의 경쟁을 위해 지역화폐망에 연계된 공공앱 개발 지원은 왜 부당한가?라는 질문에 국민의 당과 안철수 대표님은 답할 수 있습니까?

철회하기는 했지만 배민의 횡포는 독과점이기 때문에 언제든 재발합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허용하는 순간 독과점 횡포는 시기와 정도 문제일 뿐입니다.

화려한 말 보다 지금 당장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실용입니다. 독과점 배달앱 횡포로 죽어가는 가맹점을 살릴 현실적 대책을 외면한 채 언제 될지 모를 보호입법 연구하며 독과점 횡포를 방치하는 건 실용일 수 없습니다.

갑질에 고통받는 약자를 체험해 보지 못한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님께 권유드립니다. 배민의 독점으로 힘겨워하는 분들을 위해 마라톤 대신 배달통 들고 한번 뛰어보시기 바랍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