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대응과 개인정보 보호…英·佛서 논란 계속

입력 2020-04-13 17:02 수정 2020-04-13 17:05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12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코로나19와 관련된 그래피티 벽화가 그려진 길을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의 동선 추적이나 백신 연구 등에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세계 곳곳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염병 확산과 그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개인정보는 어디까지 침해 당해도 괜찮을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기업에 제공한 정황을 보여주는 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자국 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및 학계와 손잡고 있는 미국 기업 팰런티어 테크놀로지에 확진자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팰런티어 테크놀로지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이사회 멤버인 피터 틸이 세운 빅데이터 회사다. 매체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작성한 문서에서 2주전 학계에서 코로나19 집단면역과 관련된 시뮬레이션을 하는 데 환자들의 정보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내용도 확인했다.

NHS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질병과 관련한 실시간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 저장소’를 구축하려고 했다”면서 “환자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기업은 영리 목적을 위해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유할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 측 소식통은 “전례없는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에 놀랐으며, 빠른 속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개인정보 보호나 윤리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감염자들의 정보는 익명으로 제공됐지만 성별, 증상, 코로나19 검사 결과, 치료 내용, NHS 긴급콜센터(111)에 전화한 기록, 우편번호 등의 정보 등을 담고 있다”면서 “중앙정부가 민감한 정보를 이처럼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전문가들은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구글과 애플도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추적을 위해 공동 기술개발에 나섰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단거리 블루투스 신호를 통해 근처에 있는 다른 스마트폰의 기록을 수집하고, 감염자로 등록된 이용자의 스마트폰 블루투스 신호를 감지하면 경고해주는 것이다.

이 앱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흥미롭지만 개인의 자유 측면에서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 부분은 정부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전국민에게 공개한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관리하기 위해 전자손목밴드도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는 나라는 많지 않다. 독일 정부는 한국의 대응방식을 벤치마킹해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방역에 활용하려고 했다가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프랑스의 한 매체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해 공개하는 한국 정부의 대응을 두고 “감시와 밀고”라고 표현했다. 현지 경제지 레제코는 지난 6일 온라인판에 ‘코로나19와 동선 추적: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독자투고를 실었다.

기고자인 변호사 바르지니 프라델은 “대만과 한국이 추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불행한 결과이며 프랑스 정부는 국민이 이런 상황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 두 나라는 개인의 자유에 있어 본보기가 되는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최악의 국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학원에서 감시하는 기술을 훈련받고 길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부터 간음까지 타인을 밀고해 돈을 번다”고 썼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