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이러스 발원지 논문은 정부 심사 후 출판”… 연구 검열 강화

입력 2020-04-13 16:57 수정 2020-04-13 16:59
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 코로나19 환자들이 수용된 훠선산 병원에서 화상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과학 연구 검열에 나섰다. 특히 바이러스의 발원지에 관한 연구는 정부의 허가를 득해야만 출판이 가능해진다. 중국이 펜데믹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고자 ‘역사 조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CNN 방송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대학인 푸단대와 지질대는 10일 웹사이트를 통해 교육부의 강화된 논문 검열 지침을 발표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를 다루는 연구가 매우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공지문은 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다.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원지에 관한 논문은 각 대학 학술위원회, 교육부 과학기술과, 국무부 산하 코로나19 예방·통제 태스크포스(TF) 등 총 세 단계의 심사를 거쳐야 학술지 제출이 가능해진다. 발원지를 다루지 않는 연구는 각 대학 학술위원회에서 심사하되, ‘학술적 가치’, ‘시기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CNN은 중국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역사 조작’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1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우한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대 SOAS의 스티브 창(Steve Tsang) 교수는 “중국 정부의 최고 관심사는 보건도, 경제도 아닌 역사”라며 “당국은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어디로 인식되는지에 대해 매우 집중해왔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은 지속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지난 3월에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중국에 바이러스를 처음 퍼뜨린 것 역시 미군”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국의 논문 검열 방침에 중국 학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발병지가 중국이 아닌 것처럼 역사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며 “당국은 실제 발병지를 조사하기 위한 객관적 연구를 용인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국제 과학계는 중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논문과 연구자료가 중국 정부의 철저한 검열을 거쳤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초기 연구와 최종 결과물 사이에는 추가적으로 많은 단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