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중국 광저우에 체류하는 아프리카인들이 집에서 쫓겨나 노숙을 하거나 굶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당하자 아프리카 국가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무사 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류위시 AU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해 “우리는 광저우에서 아프리카인을 부당 대우했다는 의혹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표명한다”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마하마트 위원장은 “나는 이러한 부당 대우와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재 아프리카 대사 그룹은 서한에서 “광둥성이 있는 아프리카인에 대한 강제 검사와 격리, 비인간적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라며 “강제 검사와 격리는 어떠한 과학적·논리적 근거도 없고, 아프리카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광저우의 중산대학에서는 아프리카 학생들이 최근 다른 지역을 여행한 이력이 없는데도 핵산검사를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대사 그룹은 여권 압수, 비자 취소 위협, 체포와 추방 등의 사례도 언급했다.
나이지리아 하원 의장은 주나이지리아 중국 대사 저우핑젠을 불러 중국 방역 요원들이 사람들을 부당 대우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중국 대사관 측은 12일 성명을 통해 “저우 대사는 해당 영상을 본 뒤 중국 검역요원의 행동은 적절했고, 부적절한 것은 없었다”며 하원 의장의 주장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케냐, 우간다, 가나, 시에라리온 등도 중국 정부에 서신을 보내거나 대사들을 초치해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추궁했다.
시에라리온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아프리카 대사들이 “우리 시민들이 겪은 충격적이고 굴욕적인 경험에 대해 강한 우려와 비난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밤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린 발표문에서 “광둥성 당국은 일부 아프리카국가의 우려를 고도로 중시한다”며 업무수행 방식을 신속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자오 대변인은 “어떤 인종주의와 차별성 발언 등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아프리카인들은 중국에서 반드시 공정하고 우호적인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고 아무 증상도 없는데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거나, 호텔 예약을 거부당하고, 14일간 자가격리를 요구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흑인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인종차별 및 흑인 혐오 논란은 ‘리틀 아프리카’로 불리는 광저우 웨슈구 쾅취안 지역에서 나이지리아 국적의 코로나19 확진자 5명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나이지리아인들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기간에 집에 머무르지 않고, 식당 8곳과 다른 공공장소를 돌아다녔는데 5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자 반 외국인 정서가 심화됐다.
지난 6일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났다는 우간다 출신 교환학생(24)는 외신 인터뷰에서 “나흘간 먹을 음식도 없이 다리 밑에서 잠을 잤다. 나를 받아주는 상점과 식당은 어디에도 없다”고 토로했다.
교환학생으로 광저우에 왔다는 기니 출신 티암은 지난 4년간 중국을 떠나지 않았고, 검사 결과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14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이지리아 출신 사업가 데니는 집에서 쫓겨나 며칠을 노숙 생활을 하던 중 경찰이 자신을 격리시설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기준 광저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해외 유입사례는 114건으로 이중 아프리카 국적은 16명뿐인데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아프리카인들은 호소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