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피해’에 입 연 하정우 “지옥 같은 한 달이었다”

입력 2020-04-13 16:15
배우 하정우가 1월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클로젯'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배우 하정우가 휴대전화 해킹 피해에 시달렸던 지난해 12월 한 달여 간의 시간을 13일 털어놨다. 그는 당시 쉴 새 없이 계속되는 협박에 극심한 분노를 느꼈다며 “지옥 같은 한 달이었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이날 공개된 스타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 해킹 피해를 인지한 순간부터 경찰에 신고하고, 마침내 협박에서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협박범이 하정우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것은 지난해 12월 2일로, 협박은 같은 달 30일까지 계속됐다.

협박범은 먼저 하정우가 예전 여자친구와 해외여행 간 사진과 메시지 등을 보냈다. 하정우가 “겨우 이런 거로 협박하냐”고 대응하자, “유명인이시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후에도 협박은 이어졌다. 목적은 돈이었다. 하정우는 몇몇 지인과 상의한 뒤 지난해 12월 5일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

당시 수사관은 하정우를 대리해 신고한 지인에게 “지금은 피해자이지만, 휴대전화 내역을 검토한 뒤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에 성범죄 정황 등이 있을 경우의 상황에 대해 경고한 것이다. 하정우 측은 전혀 상관이 없다며 자료를 전부 제출했다.

하정우의 신고 사실을 모르는 협박범은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 하정우가 전화번호를 바꾸면 바뀐 번호로 연락이 왔다. 영화 ‘백두산’ 홍보차 ‘네이버V라이브’를 하고 있던 하정우에게 “방송 잘 보고 있다”고 문자를 보냈고, 하정우가 기자들과 인터뷰 중일 때도 ‘문자 협박’을 계속했다. 하정우는 그때마다 잠시 자리를 벗어난 뒤 분노를 가라앉혔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네이버V라이브 도중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었다.

협박범은 하정우에게 다른 연예인들의 휴대전화 해킹 자료를 보내오기도 했다. 하정우는 인터뷰에서 “숨을 못 쉬겠더라” “걷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등의 발언을 통해 당시 느꼈던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는 “너희에게 줄 돈이 있으면 너희를 잡는 데 쓰겠다”면서 억대의 돈을 달라는 협박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협박범은 지난해 12월 30일 ‘이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더는 연락하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정우 외에도 주진모 등 연예인 8명을 협박한 일당 중 2명은 지난달 12일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공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남성 박모(40)씨와 여성 김모(30)씨를 검거한 뒤 같은 달 20일 구속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들을 최근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2~3개월 동안 보이스피싱 구조로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협박한 후 총 6억1000만원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돈을 보낸 연예인은 총 8명 중 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정우는 돈을 보내지 않은 3명 중 한 명이다. 경찰은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등록 외국인 주범에 대해서도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수사하고 있다.

한편 하정우는 프로포폴 투약 의혹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치료 목적이었다는 그는 휴대전화 해킹 피해 당시 디지털 포렌식으로 남겨둔 자료에 의사와 주고받은 문자가 다 있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