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역대 최대 감산 합의했지만… “원유 수요 감소가 더 커”

입력 2020-04-13 15:44 수정 2020-04-13 15:45

세계 주요 산유국이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유가 가격을 낮추는 ‘치킨 게임’을 멈추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원유 감산 규모보다 줄어든 원유 수요가 더 커 유가 반등을 이끌어내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12일(현지시간)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가스콘덴세이트 제외)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OPEC+는 이러한 내용의 합의를 공개하면서 “모든 주요 산유국이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에 상응하도록 시의적절하게 이바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OPEC+ 이외 미국, 캐나다 등 산유국의 감산 동참을 촉구한 셈이다.

이날 합의된 감산량은 그간 OPEC+가 결정한 감산·증산량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산유량을 각각 하루 850만 배럴로 줄여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OPEC+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노르웨이 등 OPEC+에 참여하지 않은 산유국이 하루 400만∼500만 배럴을 감산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두 달 간 하루 300만 배럴 규모의 전략 비축유 구매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가 폭락에 신음하던 미국 셰일업체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 합의가 미국의 에너지 분야 일자리 수십만개를 구할 것”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감사하고 축하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유가가 반등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량이 하루 최대 3000만 배럴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970만 배럴 감산으로는 원유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무함마드 굴람은 AP통신에 “이번 감산 규모가 전례 없이 크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유 수요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전대미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원유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2%(하루 평균 1200만 배럴) 감소할 전망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반등을 위해선 코로나19 완화로 수요 개선이 가시화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배럴당 20달러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