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광주·전남지역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행사와 4·16 세월호 6주년 추모행사가 잇따라 취소·축소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최소인원만 참석하거나 비대면 온라인 위주로 대부분 전환됐다.
13일 5·18기념재단과 광주 5·18 40주년 기념행사위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광주 금남로 전야제와 국민대회 등 해마다 수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해온 대규모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전야제 등 주요 5·18 기념행사가 취소된 것은 1988년 5월17일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3개 5월 단체들이 공안당국의 감시를 뚫고 광주 구동 체육관에서 자발적으로 추모행사를 열기 시작한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광주뿐 아니라 전남5·18기념행사위도 40주년 기념행사를 대거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다음 달 15~16일로 예정한 도민난장과 도민대행진, 내일로 콘서트 등은 열지 않기로 했다.
도민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 5·18 40주년 기념문화제 역시 무기한 연기했다.
전남지역 40주년 기념식과 1980년 당시 전남도청 현판의 전남 무안 전남도청 복원 제막식은 최소 인원만 참석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사상 최초로 민주화운동의 생생한 현장인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성대히 개최하기로 한 40주년 정부기념식도 무산됐다.
보훈처가 주관하는 정부기념식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최근 개최된 제주4·3추모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촐하게 최소인원만 참석해 진행될 예정이다.
5월 단체들은 40주년 기념식이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많은 인원이 참석해 열릴 경우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확산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이 방안을 불파기하게 철회한다고 밝혔다. 대신 40주년 기념식을 평소처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개최해도 된다는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했다.
앞서 광주 5·18기념위는 기념행사의 절정인 전야제뿐 아니라 청년마당, 민주기사의 날 버스·택시 차량시위 재현 행사 등 다중이 모이는 대부분 행사를 전격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16일 6주기를 맞는 세월호 추모행사도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세월호 광주 청소년 촛불문화제’를 취소하고 대신 온라인 개학 등을 고려해 사이버 추모관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를 학생들이 잊지 않도록 한 것이다.
시교육청과 각 학교는 이를 위해 ‘기억해요 4·16! 이겨내요 코로나19’를 슬로건으로 한 추모기간을 이달 말까지 운영한다. 온라인 수업 중인 학생 등이 사이버 추모관을 방문해 자율적으로 추모 리본과 댓글달기, SNS 릴레이 추모 등을 하도록 했다.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는 추모행사는 취소·취소됐지만 시민단체들은 분향소를 설치하고 희생자들을 기린다.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은 오는 18일까지 광주YMCA백제실에 6주기 분향소를 마련하고 추모객들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12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분향소 한쪽에는 광주지역 학생과 시민 등 400여명이 A3크기 종이에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일일이 옮겨 적은 ‘기억의 편지’ 전시행사가 열리고 있다.
광주 ‘풍암촛불모임’은 이와 별도로 18일까지 풍암사거리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30분간 4·16참사를 기억하고 책임자 규명, 성역 없는 재수사를 촉구하는 ‘아침행동’ 퍼포먼스를 갖는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4·16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책임자 처벌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든 채 4·16 희생자를 추모한다.
풍암촛불모임 관계자는 “4·15총선 당일에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시민 누구나 현장에서 합류해 퍼포먼스에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