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에서도 총선 치르는 한국, 아시아 민주주의의 등불”

입력 2020-04-13 15:20 수정 2020-04-13 20:27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3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예정대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한국에 대해 ‘아시아 민주주의의 등불(a beacon of democracy in asia)’이라는 위상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FT는 13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전하며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의 독재자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권력 장악을 위한 기회로 악용하고 있는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독재자들이 위기를 계기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집회 등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제한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통제·관리하면서 선거를 치르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감시기구의 김두연 연구원은 FT에 “공중보건 위험 탓에 선거를 뒤로 미룰 법적 정당성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랬다면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군부독재의 경험 탓에 선거 없는 권위주의적 통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며 “한국 정서상 선거를 뒤로 미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FT는 북한 최고위 외교관 출신 탈북자인 태영호 후보가 국회 입성을 위해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 민주주의의 활력을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FT는 지난 10일 사전투표가 진행된 서울 성동구 투표소의 모습을 전하며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입구에서 발열을 체크하고 일회용 비닐 장갑을 나눠주는 장면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과 달리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아 대규모 정치행사를 미루기 바쁜 모습이다. 프랑스는 지난달 22일 열린 예정이었던 지방선거 2차 결선투표를 6월 21일로 연기했고, 영국은 아예 올해 지방선거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볼리비아는 5월 3일 대선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고, 칠레는 오는 26일 치르기로 했던 개헌 국민투표를 10월로 연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