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사방’ 조주빈 구속기소… “박사방은 유기적 결합체”

입력 2020-04-13 15:04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씨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 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검찰은 13일 서울 고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조씨를 구속기소했다. 윤성호 기자

인터넷 메신저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가 구속기소됐다. 조씨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상 음란물제작·배포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범죄단체조직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막판까지 조씨에 대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여부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공범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적용 여부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13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사방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주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지난해 12월 시행된 후 검찰이 주요 사건에 관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청소년들에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의 익명성 뒤에 숨은 어두운 호의를 가려낼 줄 아는 지혜를 주고, 사회 전반에 ‘성착취 영상물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씨에게 적용된 죄명 중 형이 가장 무거운 아청법상 음란물 제작죄는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조씨는 지난해 8월~12월 아동·청소년 8명을 협박, 성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영리목적으로 이를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는 또 지난해 10월 피해자에게 나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공범 중 한명에게 피해자를 직접 만나 강간을 시도하도록 시킨 혐의(강간미수, 유사성행위)를 받는다.

조씨는 살인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됐다. 조씨는 사회복무요원 강모(23)씨가 과거 선생님의 딸을 살해하려 한 과정에서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씨에게는 강씨로부터 피해자의 정보를 넘겨받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강씨는 살인 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조씨에게는 검찰 단계에서 무고 혐의가 새로 추가됐다. 조씨는 지난해 10월 성착취 피해 여성을 시켜 박사방과 적대관계에 있었던 한 피해자의 신상을 알아낸 후 강제추행죄로 허위 고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공범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적용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검찰은 다만 박사방이 조씨를 중심으로 피해자 물색과 유인, 성착취물 제작과 유포, 수익 인출로 역할을 분담한 유기적 결합체라고 규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성착취물 제작과 유포 범죄를 순차적·계속적으로 저지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회원들은 조씨를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조씨는 ‘말 잘 듣는 회원’들의 요청사항을 반영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사방 운영자들은 피해자들을 고액 아르바이트, 조건만남 등의 광고 등을 통해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에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신분증을 전송받았다. 이후 피해자 이름, 나이, 생일 등을 이용해 개인정보들을 확보하고, 사회복무요원을 통해 가족 신상과 집주소, 연락처 등을 확보했다. 이어 피해자가 조건만남 등을 찾는다는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성착취 영상물을 전송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고액 제공을 미끼로 한 익명의 제안에 접근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며 “개인 SNS 계정에 너무 많은 개인 정보를 게시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에게 신분증 사본 등 개인정보 제공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