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얼어붙은 국내 경제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정상궤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도 항공·관광·숙박업은 4분기 이후에야 업황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3일 코로나19의 산업별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중국 사례를 감안할 때 빠르면 우리나라는 5월, 유럽과 미국은 6월 이후 정상적 경제활동 재개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격리정책 시행 한 달 후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을 찍고, 다시 한두 달 지나 경제활동 정상화가 가능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김영준 연구위원은 “정상적인 경제생활로의 복귀는 코로나19의 완벽한 종식이 아니라 정부가 통제 가능한 상황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일 경우 내수비중이 높은 소비재와 유통업의 회복이 먼저 나타날 전망”이라며 “항공업 및 관광·숙박업의 회복은 4분기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업종별 예상 회복시기는 교육 2분기, 화장품 및 IT(정보통신기술) 소비재 3분기, 유통 및 자동차 3~4분기, 정유·화학 및 해운·항공 4분기 등이다. 관광·숙박업은 내년 1분기에나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정부의 소비촉진정책과 ‘억압수요’ 회복으로 내수·서비스 산업이 가장 먼저 살아난다는 게 연구소의 시나리오다. 교육업과 화장품업은 순차적 개학과 중국경제 정상화 등과 맞물려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코로나19 진정 국면에서 개별소비세 인하, 신차 출시 등에 힘입어 내수를 회복할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당장은 해외 판매 급감으로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김동한 수석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시장은 해외와 국내 판매의 디커플링(비일치)이 지속되는 가운데 2분기도 3월과 같은 판매 부진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들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철강업 회복 시기는 자동차·조선·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에 달렸다. 김유진 수석연구원은 “전방산업 업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전 세계 철강산업의 수급 악화가 예상된다”며 “국내업체는 원재료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마진 스퀴즈(수익성 압박)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기술했다.
정유·화학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상 세계적으로 사태가 안정된 뒤에야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 안정성이 약한 정유업에 사태 장기화는 치명적이다. 안혜영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개선되더라도 수급 불균형 심화로 단기간 내 업황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황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이미 악화된 정유사의 재무 구조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해운·항공은 각국의 인적·물적 이동제한으로 정상화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소는 LCC(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등 구조 재편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관광·숙박은 해외이동 금지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정상화 지연이 불가피하다. 김 위원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료돼도 지역 관광업자 폐업 등으로 인프라 재구축에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