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 타이틀 홀더 임성재(2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공백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한국인 코치를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훈련지로 초청해 스윙을 점검하며 연습에 매진하는 근황을 전했다.
임성재는 13일(한국시간) PGA 투어와 가진 인터뷰에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템파에서 체류하고 있다. 골프장은 아직 개방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골프 연습이 가능하다. 오후에는 체력 훈련도 병행한다”며 “매일 9홀(18홀의 절반 코스)을 돌며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PGA 투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튿날인 지난달 13일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 TPC 소그래스에서 진행 중이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임성재는 지난달 2일 혼다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하고 상승세를 타던 중 투어 중단의 불운을 겪게 됐다.
이날은 PGA 투어가 중단되고 꼬박 한 달째를 맞이한 날이다. 임성재는 시즌 중 대회 개최지 주변 숙박시설에서 생활한다. 대회 개최지가 매주 변경되는 탓에 시즌 중 일정한 거주지를 두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유행만 아니었으면 개최지를 따라 동분서주했을 봄에 임성재는 한 달간 한 곳에서 머무는 낯선 경험을 하고 있다.
임성재는 “지인의 소개로 탬파에서 체류하게 됐다”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개최한 잭슨빌에서 2시간 이동 거리로 떨어져 있어 연습에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탬파로 코치를 초청해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임성재는 “한동안 홀로 거주해 연습이 지루했는데 코치를 한국에서 모셔 매일 스윙 점검을 받으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코치가 스윙의 박자나 다운스윙의 궤도를 점검해 주고 있다”며 “주말에는 가끔 낚시하거나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최근 종영한 이태원 클라스도 봤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투어 중단으로 한 달 넘게 페덱스컵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페덱스컵 포인트는 플레이오프 출전자를 가리기 위해 시즌 중 집계되는 점수로, 임성재는 혼다 클래식 우승 다음주인 지난달 10일에 순위표에서 단독 선두로 치고 올랐다. 임성재는 현재 1458점을 누적해 2위 저스틴 토머스(1403점·미국), 3위 로리 매킬로이(1179점·북아일랜드)를 따돌리고 있다.
임성재는 추격자를 뿌리치려면 투어 중단 이전의 상승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는 “투어가 언제 재개될지 몰라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니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투어 중단) 결정은 옳았다. 하루빨리 지금의 사태를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GA 투어의 예정된 재개 시점은 5월 하순이다. 일정표에서 차기 대회는 다음달 21일 찰스 슈와브 챌린지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투어 안팎에서 5월 재개를 비관하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PGA 투어는 ‘무관중 재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PGA 투어 선수들은 임성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거처에서 사실상 자가격리하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필드 위의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의 경우 스크린골프를 택했다. 우즈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골프 시뮬레이터(스크린골프)로 스윙을 연습하고 실내 자전거로 근력을 키우는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