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저량의 시대’ 부동산 하락 땐 경제 더 충격

입력 2020-04-13 13:25
사진-연합뉴스


향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경우 과거와는 달리 가계부채 조정이 동반되면서 가계소비가 줄어 경제가 장기간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이 13일 발표한 ‘가계부채 저량의 시대 도래와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높아지는 시기에 민간소비율도 같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모습이 약해지는 등 ‘저량의 시대’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저량의 시대’란 가계부채 규모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 신규 대출이 어려워지고, 신규 대출이 이뤄진다 해도 부채 상환 부담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단계를 말한다. 가계부채 규모가 크지 않을 경우 부채 증가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늘려 소비를 증대시킬 수 있는데, 가계부채가 누적돼 과도해지면 부채 증가가 가계소비와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낮아지고 있지만 가계부채 규모가 국제기구 등에서 경고하는 임계수준인 GDP 대비 80% 내외를 웃돌아 가계부채 위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가계신용은 2013년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2019년 1600조원에 달했다.가계부채 증가에도 2014년 이전에는 민간소비 증가율도 높아졌다. 하지만 2014년 이후에는 이런 관계가 약해지면서 가계신용이 증가하더라도 이전만큼 민간소비가 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성훈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에도 신용이 증가율을 보이며 가계부채 조정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저량의 시대에는 아파트 가격 하락시 가계부채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향후 서울 아파트 가격 거품이 축소될 경우 과거와는 달리 소비에 대한 충격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나타난 부동산 거품 븅괴가 당시 임계수준에 달한 기업부채의 조정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설비투자가 부진해비면서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졌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이 기업부채 조정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에 재정지출 증대로 대응한 것처럼 위리나라도 가계부채 조정이 시작되면 경기의 재정의존도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