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하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답은 “가짜뉴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가짜뉴스와 반대파들이 온 힘을 다해 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위협에 대한 초기 경고를 무시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언론과 민주당은 내가 중국에 대한 여행금지를 발령했을 때 왜 맹렬히 비난했나? 그들은 ‘이르고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부패한 언론!”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의 비판보도에 대한 반박으로 추측된다. NYT·WP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행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지난 1월 초부터 제기한 경고를 두 달가량 무시하거나 애써 회피한 증거들에 대한 보도를 내놓았다.
NYT는 전날 앨릭스 에이자 복지부 장관이 지난 1월 18일, 30일 두 차례 코로나19에 대해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캐들렉 복지부 차관보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팀을 소집한 지난 2월 21일 이미 휴교와 사업장 폐쇄 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파벌싸움과 내분 속에 코로나19를 안일하게 여긴 채 인도 순방길에 올랐고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기까지 3주의 시간이 허비됐다는 지적이었다.
신문은 에이자 장관 등의 경고가 나온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제거, 탄핵 심판, 미·중 무역 협상 등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NYT는 이날 ‘붉은 여명’(Red Dawn)이라는 엘리트 그룹이 미국 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 1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과감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촉구, 경고했다는 후속 보도를 내놨다.
이날 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렸던 코로나19 TF 회의에서 “코로나19가 그냥 우리나라를 지나가도록 하면 안 되는 것이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코로나19)이 이 나라를 지나가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그렇게 하면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 1월31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직전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 입국을 금지했지만, 국가비상사태는 지난달 13일 내려졌다. 이미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된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수와 사망자수 모두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13일 오전 11시 기준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는 55만6044명이고, 이 가운데 2만2073명이 숨졌다.
한편 백악관은 코로나19 관련 일일 브리핑을 11일에 이어 이날도 열지 않았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미국 경제활동 재개 시점을 놓고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에 직면했다고 밝힌 후 브리핑을 이틀 연속 건너뛰었다고 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