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매개체이자 숙주로 지목되는 야생동물의 자국 내 거래를 중단했지만 정작 수출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17일 1500여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올리기로 하면서 식용 뱀·거북·영장류 고기·비버·사향·코뿔소 뿔 등에 대해서도 9% 인상을 결정했다.
이러한 방침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지침과는 정면 배치된다.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지난 2월 24일 코로나19의 가파른 확산이 야생동물을 먹는 관습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보고 중국 내 야생동물 소비를 금지한 바 있다. 야생동물의 자국 내 거래를 금지한 지 3주 만에 수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중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수요 급감과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자국 내 산업을 전방위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시장에 또 한 번의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사향·비버 등 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동물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지난 1~2월 수입액만 86만5000달러(약 10억4000만원)에 이른다. 대만(12만6000달러)과 한국(7만 달러)이 그 뒤를 잇는다.
WSJ은 하지만 중국 재정부와 미 주재 중국 대사관이 여기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야생동물 및 동물 수출이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생동물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주원인으로 지목받는 상황에서 충분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코로나19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학연구소는 코로나19 가 박쥐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와 96%의 유사성을 띤다고 확인한 바 있다. 중국 화난(華南)농업대학 연구진과 홍콩대·광시의대 연구팀도 천산갑이 코로나19와 유전자 배열이 매우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여기에 우한 시장에서 파는 뱀을 발병 원인으로 지목한 연구도 있다.
2002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변이하면서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이 사향고양이를 조리하던 요리사를 시작으로 사람에게 전파됐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