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선 먹지말라더니…中, 뱀·사향 수출엔 인센티브

입력 2020-04-13 11:19
2017년 8월 밀수됐다 태국 세관에 적발된 천산갑. 학계에서는 천산갑을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숙주일 가능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AP 뉴시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매개체이자 숙주로 지목되는 야생동물의 자국 내 거래를 중단했지만 정작 수출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17일 1500여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올리기로 하면서 식용 뱀·거북·영장류 고기·비버·사향·코뿔소 뿔 등에 대해서도 9% 인상을 결정했다.

이러한 방침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지침과는 정면 배치된다.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지난 2월 24일 코로나19의 가파른 확산이 야생동물을 먹는 관습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보고 중국 내 야생동물 소비를 금지한 바 있다. 야생동물의 자국 내 거래를 금지한 지 3주 만에 수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중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수요 급감과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자국 내 산업을 전방위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시장에 또 한 번의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사향·비버 등 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동물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지난 1~2월 수입액만 86만5000달러(약 10억4000만원)에 이른다. 대만(12만6000달러)과 한국(7만 달러)이 그 뒤를 잇는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이곳에서는 야생동물을 식재로 팔아왔다. AP 연합뉴스

WSJ은 하지만 중국 재정부와 미 주재 중국 대사관이 여기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야생동물 및 동물 수출이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생동물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주원인으로 지목받는 상황에서 충분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코로나19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학연구소는 코로나19 가 박쥐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와 96%의 유사성을 띤다고 확인한 바 있다. 중국 화난(華南)농업대학 연구진과 홍콩대·광시의대 연구팀도 천산갑이 코로나19와 유전자 배열이 매우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여기에 우한 시장에서 파는 뱀을 발병 원인으로 지목한 연구도 있다.

2002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변이하면서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이 사향고양이를 조리하던 요리사를 시작으로 사람에게 전파됐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