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자동차·영상·확성기까지…전세계 부활절 예배 풍경

입력 2020-04-13 10:40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왼쪽)가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에서 무관객 부활절 콘서트를 하고 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의 초청으로 공연하게 된 보첼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로 관객과 신도가 없는 빈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자와 단둘이 연주했다. AP 뉴시스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에 올해 부활절은 사상 유례없이 쓸쓸한 날로 기록됐다. 인파로 북적이며 들뜬 분위기로 가득하던 예년과 달리 황량한 모습이었다.

전 세계 13억 신자의 가톨릭 총본산인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는 1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부활대축일 미사가 진행됐다. 소수의 사제와 성가대만 자리를 지켰다.

평소 같으면 수많은 신자와 순례객들이 운집했을 성베드로광장도 텅 비었다. 경찰은 미사 시간대 성베드로광장에 울타리를 치고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신자들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미사 영상을 보며 예배에 동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아래쪽 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신자들 없이 진행한 부활 대축일 미사 후 강복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성당에서 보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수녀가 기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성베드로대성당 중앙 제대 앞에 홀로 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 강복 메시지를 통해 전례 없는 위기 극복을 위해 글로벌 차원의 연대를 호소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는 이날 저녁 밀라노의 상징인 두오모 대성당에서 관객 없는 ‘희망의 콘서트’를 열었다. ‘아베 마리아’ ‘산타 마리아’ ‘어메이징 그레스’ 등을 열창하며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했다. 유튜브로 중계된 보첼리의 콘서트는 전 세계 200만명이 동시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왼쪽)가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에서 무관객 부활절 콘서트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왼쪽)가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에서 무관객 부활절 콘서트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코로나19 희생자가 2만명을 돌파한 미국에서도 조용한 부활절을 맞았다. CNN은 코로나19로 많은 주들이 자택 대피령을 내리는 등 대형 모임이나 집회를 금지하면서 미국인 수백만명이 온라인으로 예배를 올리는 등 예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교회에서 드라이브인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한 교회에서 '드라이브인' 예배에 참석한 신자들이 거리를 유지한 채 기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올해 부활절은 크게 달랐으며 부활절 행진이나 교회에서 달걀 찾기 같은 행사가 전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교회에 가는 대신 백악관에서 동영상으로 예배를 시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년 개인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베데스다 바이더씨 교회에서 부활절 예배에 참석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부활절은 많은 경우 우리가 교회로부터 떨어져 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다른 부활절들과 크게 다를 것”이라며 “(하지만) 곧 우리는 서로 나란히 앉아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위터에 “올해 우리의 축하는 다르게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확고한 믿음은 여전히 똑같다”며 “부활절은 내게 부활과 재개를 일깨워주는 희망의 시간이자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란 믿음의 시간이다”고 밝혔다.

미국 내 일부 주(州)는 사람들이 모여 부활절 예배를 보는 것을 금지했다. 다른 주들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예배를 보도록 하는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역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덴마크 노르드일란주 올보르공항 주차장에서 드라이브인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한 목사가 교회 첨탑에 올라 확성기로 예배를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개신교계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부활절을 맞은 12일 덴마크 노르드일란주 올보르공항 주차장에서는 드라이브인 예배가,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목사가 교회 첨탑에 올라 자택에 머무는 교인들을 향해 확성기로 설교하는 야외 예배가 진행됐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