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하루 2잔 넘게 마셔 온 60세 이상 여성은 뇌졸중과 인지기능 저하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여성의 경우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이 많을수록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 생기는 ‘뇌백질 고강도신호’의 용적이 커져 노년기에 이 같은 질환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은 경기도 성남 거주 60세 이상 남녀 492명을 대상으로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과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일일 평균 커피 소비량에 평생 커피 소비 지속시간을 곱해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을 산출했으며 그 수치가 높을수록 노년기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을 과하게 섭취하면 뇌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많은 양의 커피를 장기간 마실 경우 뇌로 통하는 혈류가 줄어들고 혈압 상승과 동맥 경직(딱딱해짐)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렇게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는 ‘관류저하’가 생기면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백질(white matter)’의 이상 소견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뇌백질 고강도 신호’라고 부른다. 뇌에서 백질 조직은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로 알려져 있다. 뇌백질 고강도신호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 뇌졸중과 인지기능 저하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커피 평생 비섭취 그룹, 하루 2잔 이하로 마신 그룹, 하루 2잔 초과로 마신 그룹으로 나눠 그룹 간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하루 2잔 초과로 마신 그룹은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이 더 적게 마신 그룹들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평생 커피를 마시지 않은 그룹과 하루 2잔 이하로 마신 그룹 사이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또 연구 대상자를 남성과 여성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남성의 평균적 전체 뇌용적과 뇌백질 용적이 여성에 비해 컸으며, 일일 평균 커피 소비량과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도 여성에 비해 많았다.
하지만 커피소비량과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 사이의 관계성은 여성그룹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즉 여성에서는 커피 소비량이 높을수록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이 증가한 반면 남성에서는 둘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 연구는 장기간의 커피 섭취가 노년기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제시한 최초의 연구다.
장기간 카페인 섭취로 인해 뇌 관류가 떨어지고 혈압 상승과 함께 동맥 경직도가 증가하면서 노년기에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커피의 어떤 성분이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 증가를 유발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기웅 교수는 13일 “여성이 남성에 비해 카페인 민감도가 높고 체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 영향으로 인해 카페인 분해 속도가 느린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하루 커피 섭취 권장량은 카페인 300~400㎎으로 약 3잔 정도다.
김 교수는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하루 2잔을 초과해 섭취한 그룹에서 노년기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이 증가했다”면서 “연구결과를 일반화하려면 더 많은 인구 수와 인종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소비가 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올바른 커피 섭취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