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외출 자제 영상’에 일본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

입력 2020-04-13 06:35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가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일본 국민은 “한가롭게 쉴 때냐”며 분노했다.

아베 총리는 12일 오전 9시 자신의 트위터에 “친구와 만날 수 없다. 회식도 할 수 없다. 단지 이런 행동만으로도 여러분은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글과 함께 56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분할된 화면으로 한쪽은 인기가수 호시노 겐이 ‘집에서 춤추자’는 노래를 열창하고 다른 한쪽은 아베 총리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노래가 나오는 동안 아베 총리는 의자에 앉아 반려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다 TV를 시청한다. 이후 아베 총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혹한 현장에서 분투하는 의료진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한 분 한 분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거듭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해당 영상을 보고 분노했다. “다들 필사적인데 한가하게 쉴 때냐” “전쟁터가 된 병원이라도 시찰하러 가야 하는 것 아니냐” “총리가 국민을 위해 할 일은 휴식이 아닌 특단의 대책을 세워 국민의 생활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누가 영상을 연출했는지 화가 난다” “코로나19로 직장 잃은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라는 댓글도 달렸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도쿄도 등 7개 광역자치단체에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했다. 아베 총리와 정부는 “긴급사태선언에 따른 외출 자제 요청을 통해 사람 간의 접촉을 80% 줄여야 2주 후 감염 추이가 피크를 찍고 감소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에선 도쿄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NHK 집계에 따르면 12일 하루 동안 도쿄도에서 166명의 신구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일본 31개 도도부현 광역지역에서 500명의 감염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로써 누적 감염자는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712명)를 포함해 8111명이 됐다.

이날 누적 감염자 수는 애초 8135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지만, 아이치(愛知)현이 지난 11일 감염자로 공개한 28명 중 24명(사망자 1명 포함)이 재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고 발표해 전체 수치가 줄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6명 늘어 크루즈선 탑승자 12명을 포함해 149명이 됐다.

일본 내에서 시청률이 높은 민영방송 TV아사히의 메인뉴스 ‘보도스테이션’의 남성 앵커 도미카와 유타(富川悠太·43) 아나운서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는 지난 3~4일 열이 났지만 곧바로 내려 9일까지 계속 뉴스를 진행했으며 10일 폐렴 증세가 나타나 검사를 통해 11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