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동제한 이후 300만명 굶주림 시달려”… 식료품 배급해야

입력 2020-04-13 09:00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된 이동제한 조치로 영국에서 300만명 이상이 굶주리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영국 식량 연구기관인 푸드파운데이션(Food Foundation)의 조사 결과, 전체 인구의 6%에 해당하는 300만명이 지난 3주간 가족들 중 누군가는 음식이 부족해 끼니를 먹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 중 150만명은 이동제한 조치 시행 이후 하루 이상 끼니를 잇지 못했다.

푸드파운데이션이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YouGov)에 의뢰해 성인 43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16%는 어떠한 형태로든 식량 불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에 대입하면 810만여명에 달하는 수치다.

식량 불안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인원 중 절반은 사재기 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물자 부족으로 곤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25%는 봉쇄령으로 인해 슈퍼마켓을 방문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21%는 식량 부족의 원인으로 자금 부족을 꼽았다. 돈이 없어서 식료품을 살 수 없었다는 뜻이다. 이동제한 이후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응답자 또한 2%을 넘어섰다.

푸드파운데이션은 이같은 식량 빈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의 조속한 대처를 촉구했다. 재단은 정부가 ‘식량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자가격리자에게 식료품을 배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업자가 된 이들을 위해서는 정부가 5주에 달하는 유니버설 크레딧(Universal Credit·영국의 소득 지원 제도)의 대기시간을 축소하고 아동수당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이후 소득 지원을 신규 신청한 사람은 95만명에 달한다.

식량 빈곤에 대한 지적이 불거지자 영국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정부 대변인은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공공안전과 더불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식품 업계, 지방 정부 등 유관 기관과 협조해 생활필수품이 사회 곳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나 테일러 푸드파운데이션 이사장은 “우리는 과거에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식량 빈곤 사태를 맞고 있다”며 “자가격리자에 대한 식료품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