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은 온·오프 융합 수업 기회… 교육실험·수업 선택권 확대 계기될까

입력 2020-04-12 17:49

세종시의 일반고 3학년 담임교사 재홍(가명·41)씨는 온라인 개학 첫날이었던 지난 9일 귀가하자마자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고3에 대한 온라인 개학 방침은 지난달 31일 발표됐다. 일주일 남짓 준비한 원격 수업을 끝내고 긴장감이 누그러지자 피로가 한꺼번에 찾아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그의 아내는 “오자마자 기절한 듯 자더라. 이렇게 피곤해하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 재홍씨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처럼 많은 토론과 회의, 연구를 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 교실로 학생을 모으는 대면 수업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교사도 학생도 적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는 16일부터 중·고교 전체와 초등 고학년, 20일부터 초·중등 학생 전체가 원격 수업을 받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누그러진다면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이 시도될 예정이다. 일부에서 시범 운영되던 원격 수업이 한동안 대면 수업을 대체하는 상황이 주어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교육은 어떻게 될까. 교육계가 무엇보다 주목하는 점은 교사 집단의 ‘각성’이다. 경기도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많은 연수가 한꺼번에 진행되고 또한 학교 현장에서 적용되는 느낌”이라며 “전체 교사가 이 경험을 공유하는 상황은 굉장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싫든 좋든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학생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야 하고, 온라인에 맞는 교수법도 개발해야 한다.

더구나 교사가 학생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실시간으로 학부모들이 모니터하고 다른 교사들 혹은 사교육 강사들과 직·간접적으로 비교되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교사 입장에선 굉장한 스트레스일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자질이 우수하다. 연구하고 다른 교사들과 소통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며 “부지불식간에 수업 수준이 올라가고 결국 공교육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 교육 시스템으로 각광 받는 온·오프라인 융합 교육도 주목된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교실로 와서 토론 수업을 하는 방식은 극히 일부분일 수 있다. 예컨대 고교생이 대학과 산업계 인사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이를 수업에서 활용하는 등 온·오프라인 융합 수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2025년 이후에나 가능했을 경험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수업을 선택한다. 학생의 다양한 학습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게 학점제 도입을 위한 조건이었다. 만약 코로나19로 모든 교사들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지면 걱정을 상당히 덜 수 있게 된다.

김성열 경남대 교수(한국교육학회장)는 “우리 정보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교육 현장의 활용은 미흡했다. 질병 재난 상황이 아닌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다양한 학습 자료와 시공간을 뛰어넘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로 만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