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닷새만에 1만명 숨져… 中전문가 “미국이 가장 큰 문제”

입력 2020-04-12 17:38 수정 2020-04-12 17:58
미국 뉴욕시가 코로나19 사망자를 가매장할 장소로 검토하고 있는 하트 섬 전경. 하트 섬에는 과거 교도소와 정신병원 등이 설치됐었고, 지금은 100만구에 이르는 빈민들의 시신이 매장된 공립묘지로 사용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사람이 2만명을 넘어섰다. 미국은 최근 닷새 만에 1만명 이상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어 이탈리아를 제치고 사망자수 1위 국가가 됐다. 도쿄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포한 일본에선 하루동안 700명 넘는 환자가 새로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부활절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만58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29일 워싱턴주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지 42일 만이다.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는 53만3000여명으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다.

미국 내 사망자는 지난 25일 1000명을 넘어선 이후 12일 만인 지난 6일 1만명대로 10배 급증했다. 이어 닷새 만에 2만명대로 불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와이오밍주의 연방 재난지역 선포 요청을 승인함으로써 미 50개주 전역이 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CNN방송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진단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고 병원 바깥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경우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전문가들은 미국의 사망자 통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 전염병 권위자로 꼽히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12일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감염병 상황을 놓고 보면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라며 “변곡점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조금씩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뉴욕주의 사망자는 지난 9일 799명에서 이날 783명으로 소폭 줄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수치가 어느정도 안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부활절을 경제 정상화 시기로 언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주 초당적인 국가재개위원회를 발족해 경제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최근 나흘 연속 신규 환자 수가 최고치를 찍었다. 11일 하루에만 도쿄 포함 전국에서 743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해 누적 확진자는 7635명으로 늘었다. 도쿄도가 1902명으로 가장 많고 오사카부(766명), 가나가와(513명)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아직 확진자가 없는 지역은 이와테현 1곳이다.

아사히신문은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상위 응급의료기관인 구명구급센터로 몰리면서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을 앓는 중증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구급병원에서 의심환자들을 꺼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내 확산세는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선 여전히 하루 3000~5000명의 신규 환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확진자는 스페인이, 사망자는 이탈리아가 가장 많고, 신규 환자는 영국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이번 주부터 비필수 인력의 출퇴근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자 봉쇄 조치를 일부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스페인은 지난달 14일부터 필수 업무를 제외한 이동과 여행을 금지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