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으로부터 긴급 자금 4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마힌드라가 당초 예정했던 2300억원 지원 계획을 철회하면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급히 끄는 분위기지만 경영 정상화로 가는 길은 아직 순탄치 않다. 수천억원대의 추가 자금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10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마힌드라의 400억원 신규자금 조달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임시이사회는 지난 3일 마힌드라 이사회가 쌍용자동차의 사업 운영 연속성을 위해 400억원의 특별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내부 승인 절차를 위해 개최됐다.
쌍용차는 “신규자금의 조달 방안은 긴급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대여금으로 처리하고 한국과 인도의 법과 규정이 허용하는 바에 따라 가급적 조속히 자본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이번 결정이 유동성 확보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는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5000억원은 올해 당장 필요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향후 3년 동안 마힌드라가 제시한 지원 방안의 조기 가시화, 새 투자자 모색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동차·금융 등 관련 업계에선 400억원이 쌍용차의 재기에 도움을 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 등 쌍용차의 고정비는 월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7월에는 산업은행에 빌린 대출금 900억원도 갚아야 한다.
결국 쌍용차의 생존 여부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쌍용차에 대한 지원 여부는 답보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각 업계마다 지원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어려워 선뜻 지원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쌍용차는 일단 자금 확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임직원 복지 축소, 임금 반납 등 조치로 약 100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확보했고, 지난 7일에는 비핵심자산으로 분류되는 부산물류센터 매각 계약을 매듭지었다.
월 판매대수 1만대 회복 여부도 관건이다. 쌍용차는 이달 초 각종 안전·편의사양을 추가한 리스펙 코란도와 티볼리를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했다. 최소한의 운영자금을 확보하려면 가성비를 내세운 이들 차량의 판매가 늘어야 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자체 경영쇄신 노력과 함께 마힌드라가 제시한 지원방안의 조기 가시화를 통해 회사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