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리조트업계가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균 객실 점유율이 10%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유·무급 휴직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상반기까지는 ‘버텨본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전되지 않으면 3성급 호텔이나 소규모 리조트부터 문닫는 곳이 생길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예약이 크게 주면서 지난달 호텔업계가 입은 피해액이 약 5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수가 급감한 데 이어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지며 해외 비즈니스 숙박객까지 발길이 뚝 끊기면서다.
‘개점휴업’ 호텔들의 자구책은…
‘개점휴업’ 상태인 호텔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휴직과 급여 삭감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계열사 4개 호텔(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남산, 레스케이프) 근무자 전원을 대상으로 13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6주 동안 유급휴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앞으로 6주 동안 3주씩만 근무하도록 하고 이들에게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한화 호텔 앤드 리조트도 이달 말까지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1개월 간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실시했다. 호텔 운영의 최소인원을 제외하고 모든 직원을 유급휴직 대상자로 삼았다. 관리직에게는 3개월 동안 직책수당이 주어지지 않는다. 롯테호텔도 3~4월 7일 단위의 무급휴가를 실시 중이다.
아예 운영을 중단한 곳도 생겼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한 달 동안 객실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파크 하얏트 서울도 오는 6월 8일까지 호텔 전체 시설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의 4~5성급 호텔 가운데 상당수가 평일 뷔페 레스토랑, 수영장, 헬스클럽 등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롯데호텔, 레스케이프 호텔,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등에서는 레스토랑 메뉴에 대해 드라이브 스루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손 잡고 코로나19 확진자 가족을 대상으로 할인된 금액에 객실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라앉지 않는 구조조정 공포
하지만 유례없는 불황에 호텔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호텔업계는 당장의 인력 감축보다는 유·무급 휴직으로 비용 절감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호텔업이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 감축은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숙련된 인력을 새로 뽑아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가기보다 휴직으로 고정 인원을 이어가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객실 청소나 시설 관리를 하는 비정규직과 외주 용역 업체 종사자들은 사실상 실직 위기에 놓여 있다. 아직까지는 비정규직 해고에 대해 본격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에 대해) 해고의 방식을 취한다기보다 재계약을 하지 않는 식이 될 것”이라며 “호텔업이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호황이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인력 감축 없이 이 상황을 이겨내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나 자본이 탄탄한 회사가 운영하는 경우 코로나19 악재를 버틸 체력이 있지만 문제는 소규모 호텔들이다.
지난달 말 호텔·리조트 운영 전문 법인 ㈜에이치티씨(HTC)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HTC는 1997년 설립해 청풍리조트, 라마다앙코르 마곡호텔 등을 운영해 온 중견 업체였으나 코로나19로 경영손실이 심화해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많은 곳이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호텔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3성급 호텔이나 소규모 리조트 가운데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 하고 나가떨어지는 곳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