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택배물량 급증…“차량·인력 충원하고 휴게시간 보장” 권고

입력 2020-04-12 15:38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해 택배기사들의 과로 문제가 불거지자 각 업체들에 택배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토록 권고했다. 택배 운송차량과 택배 기사를 충원하고, 택배회사의 신입직원의 경우 평균 배송 물량의 60~70%만 배정토록 유도하는 식이다. 다만 권고사항이 업체엔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실제 현장에선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택배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코로나19로 급격하게 업무량이 늘어난 택배업계 종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각 업체들이 준수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12일 밝혔다.

국토부가 택배 기사 보호를 위한 권고사항을 마련한 데는 지난달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신입 직원이 새벽 근무를 하다 사망한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택배 물량이 급격히 늘었고, 택배 기사들의 과로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하루 200만건이었던 배송건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300만 건으로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온라인 주문 등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 택배물동량이 급증하며 과로 등의 어려움을 겪는 택배기사가 늘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권고사항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우선 각 택배회사 영업소가 택배차량과 택배기사를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차량·인원 충원이 어려울 경우 택배차량에 동승해 물품을 운반할 보조인력이라도 채용토록 했다. 또 택배 업무의 적정 근무량 체계도 마련토록 했다. 택배 종사자의 물량을 배정할 때는 근무 기간, 업무 숙련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신규 택배 종사자는 숙련된 택배기사가 하루에 처리하는 물동량의 60~70%만 배정하는 식이다.

국토부는 택배 기사들의 휴식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줘야 한다는 점도 권고했다. 필요할 경우 고객과의 협의 및 양해를 통해 평소 배송기일보다 1~2일 지연해 배송하는 방식도 고려하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에는 4시간 근무 시 30분 휴식을 보장하도록 명시됐다. 택배기사 역시 일일 휴게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루 배송 물량이 많으면 한 번에 배송하지 말고 오전·오후 등 수 차례로 물량을 나눠서 배송하는 방식으로 휴식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국토부의 이런 권고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권고사항이 오히려 업체로선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력 및 차량 충원, 물량 나누기 등의 조치는 소규모 업체로선 수익성을 악화하는 선택이다. 또 배송일을 1~2일 지연하기 위해 소비자 양해를 구하는 일도 업체로선 서비스 품질이 떨어졌다는 소비자의 부정적인 평가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부담도 있다.

국토부는 권고사항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현장점검을 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각 업체가 택배 종사자 보호조치 권고사항을 잘 이행하는지 현장조사를 하겠다. 조치 실적은 매년 택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택배 운송사업자의 택배서비스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