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다음달 선보일 후속 스마트폰 브랜드명이 ‘LG 벨벳’으로 정해졌다. 대다수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적용하고 있는 ‘알파벳+숫자’ 이름에서 벗어나 과거 LG 휴대폰 사업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초콜릿폰’, ‘프라다폰’처럼 친근하고 오래 각인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LG전자는 12일 “부드럽고, 유연하고, 매끄러운 특징과 손에 쥐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벨벳을 선택했다”며 “벨벳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처럼 신제품의 세련된 디자인이 고객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LG전자는 2012년부터 G시리즈, 2015년부터는 V시리즈를 주력제품으로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반응은 점차 냉소적으로 변했다. 최근 LG전자 모바일(MC) 사업부문은 스마트폰 매출 부진으로 19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손실만 3322억원을 기록했고, 한 때 5%벽을 넘겼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최근엔 2%대로 떨어졌다.
갈수록 악화되는 스마트폰 사업을 반전시키기 위해 지난해 선임된 이연모 MC사업본부장이 나섰다. 과감히 G·V시리즈 폐지하고, LG전자의 대표작으로 여전히 회자되는 ‘초콜릿폰’의 부활을 노린다. 2005년 11월에 출시된 초콜릿폰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서 ‘텐밀리언 셀러(1000만대 판매)’에 올랐을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제품이다. 디자인, 콘셉트, 사용성 등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에 성공해 당시에도 침체 분위기였던 휴대폰 사업을 한 순간에 뒤집었다. LG전자의 글로벌 인지도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는 앞으로도 플래그십 제품마다 별도의 브랜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제품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시장 트렌드를 시의성 있게 반영한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새 전략의 시작점이 될 이번 제품을 다음달 중순쯤 국내 시장에 먼저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미 IT 매체인 나인투파이브구글은 “오늘날 스마트폰이 점점 더 비슷해지고, 기술 사양만으로 구별이 어려운 상황에서 차별화된 디자인과 촉각적 우아함을 강조한 신제품 로드맵을 내놓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격을 확 낮춘 것도 특징이다. 130만원을 상회하는 경쟁사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달리 80만원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래그십 제품임에도 낮은 가격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내세움으로써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얼어붙은 스마트폰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