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19 급속한 확산…응급의료 체계 붕괴 위기

입력 2020-04-12 14:57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일본 각지에서 응급의료 체계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의심환자를 받아들이는 구급병원이 줄면서 상위(3차) 응급의료 기관이자 ‘최후 보루’로 불리는 구급센터로 의심환자가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고도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급센터가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중증 환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높다.

도쿄 지역의 구급센터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아사히신문에 “이송할 곳이 없어 들어오는 (의심)환자가 분명히 늘었다”면서 이달 둘째 주 이후로 급박해진 상황을 전했다.

도쿄에서는 지난 10일까지 1주일간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수가 900명을 넘고, 11일에도 197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역 내 누적 확진자는 2000명에 육박한다.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구급센터보다 작은 규모인 구급병원에선 코로나19로 의심되는 발열·호흡장애 환자를 받기 꺼려하고 있다.


시마즈 다케시(嶋津岳士) 일본구급의학회 대표이사는 폐렴이 의심되는 고령 환자가 10여곳의 구급의료기관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사례를 거론하면서 “분초를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잇따른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도 응급 체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동일본지역의 구급병원에서는 한 환자의 감염이 입원 며칠 뒤에 확인됐다. 이후에 그를 매개로 원내 감염이 발생해 응급 외래환자를 받을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렸다. 이 병원의 응급진료의는 “원내 감염이 발견되면 곧바로 병원 기능의 저하로 이어진다”며 “정말 힘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마스크와 가운 등 보호 장비 부족도 의료진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구급의학회와 일본임상구급의학회는 지난 9일 “보호장비가 압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