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년 전 ‘하노이 노딜’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당 정치국 후보위원 직위를 되찾았다. 김 위원장의 ‘최측근 대변인’ 역할을 맡으며 무게감을 키운 김 제1부부장이 당내 위상까지 회복하면서 ‘2인자’ 지위를 더욱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11일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치국 회의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제1부부장은 리선권 외무상과 함께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된 사실이 확인됐다.
일당독재 체제인 북한에서 노동당 정치국은 최고 의사결정 기구에 해당한다. 김 제1부부장은 2017년 10월 당 전원회의 때 파격적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진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당 전원회의 이후 그가 후보위원직에서 해임됐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간접적 책임을 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북·미 대화를 총괄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통일전선부장에서 해임돼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은 정치국에서 퇴출된 이후 도리어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6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 제1부부장이 ‘지도자급’으로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었던 그는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신임 제1부부장 명단에 다시 포함되면서 선전선동부보다 권력이 센 조직지도부로 전보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제1부부장은 올해 들어 자기 명의로 대남 비난 성명을 발신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 사의를 표명하는 등 김 위원장의 실질적 대변인으로 올라섰다. 2018년 남북 대화 국면 당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메신저 역할을 했던 김 제1부부장이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정치국 회의와 같은 날 진행된 김 위원장의 공군기지 시찰에도 동행하는 등 군사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남일꾼’ 출신으로 지난 1월 이례적으로 외무상으로 발탁됐던 리선권도 김 제1부부장과 함께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 다만 전임자인 리용호가 가졌던 정치국 위원에는 오르지 못하면서 외무상의 위상이 한 단계 낮아진 셈이 됐다. 포병 출신으로 김정은 체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박정천 군 총참모장은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초대형 방사포 시험 성공 등 북한군 포병 전력이 강화된 데 따른 인사 조치로 보인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