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와 ‘○○녀’ 득표수가 같네요. 2시까지 투표합니다.”
‘n번방’ ‘박사방’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성착취물이 공유되고 있는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지난 9일 오전 3시 수상한 글이 올라왔다. 대화방 운영자는 n번방, 박사방, ○○녀 등 5개의 선택지를 제시한 뒤, 이용자들에게 보고 싶은 영상을 고르라고 제안했다.
가장 많은 표가 몰린 영상은 ○○녀였다. 운영자는 수십 기가바이트(GB) 분량의 압축파일 여러 개를 대화방에 올렸다. 성착취물이었다.
검찰이 텔레그램 내 ‘성착취물 유포방’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유사 n번방’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대화방도 수사 대상이며, 검거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유사 n번방들은 성착취물을 짧게는 3~4시간에서 길게는 1~2일간 공유한 뒤 ‘폭파’(대화방 삭제)하고 새로운 방을 만드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하고 있었다. 새로 만들어진 방 주소는 ‘대피소’ ‘공지방’ 등으로 불리는 별도 대화방에 공지된다.
10일 오전 1시 20분쯤 개설된 ‘△△ 산책길 XI’라는 제목의 성착취물 공유방에는 4시간 동안 118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방은 최초 개설 이후 폭파와 재생성을 반복할 때마다 뒤에 붙는 로마 숫자를 1씩 늘려왔다. 해당 대화방은 ‘11번방’인 셈이다. ‘갓갓’이 최초 개설한 것으로 알려진 n번방과 유사한 방식이다.
200여명이 접속한 이 11번방에는 아동·청소년으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이용자들은 “(방 번호가) 오늘 대체 몇번까지 올라가냐” “잘 받아 간다” 등의 메시지를 띄우거나 자신이 소지한 영상을 올리며 대화방에 참여했다.
지난 9일 밤 550명이 접속한 ‘□□방 시즌3’이라는 제목의 텔레그램 대화방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방 운영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착취물 영상 ‘샘플’을 올린 뒤 “어떤 영상을 보고 싶냐”며 투표에 부쳤다. 이후 ‘시한부 □□방 시즌2’라는 제목의 대화방 링크를 올리고 “이 방에 곧 영상을 풀 예정이니 들어가 있으라”고 안내했다.
운영자는 “아청물(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성착취물)을 올리면 ‘완장’을 준다”며 이용자들에게 영상 유포를 독려하기도 했다. 완장은 성착취물 공유방 가입자들이 운영진을 일컫는 은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같은 유사 n번방에 대해 “n번방, 박사방에 올라오지 않은 영상을 올리거나 링크를 공유하는 경우도 수사 대상이고, 실제로 검거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텔레그램 본사의 협조 여부와 무관하게 운영자·이용자를 추적하는 기법을 개발해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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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